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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원 실패...약대 6년제 전환 ‘청신호’
“이공계 학부 파행, 약대 입시가 더 심각” 지적
범약계 7개 단체 교과부에 약대 학제전환 건의
개방형 2+4학제서 폐쇄형 6년제로 바뀔지 주목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도입 5년 만에 사실상 실패한 제도로 판가름 나면서 약대 ‘2+4’ 학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의전원 실패의 가장 큰 이유인 ‘이공계 학부 파행’의 문제점을 약대 또한 안고 있기 때문이다.

◆범약계, 교과부에 학제전환 건의=6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범약계 7개 단체가 교과부에 약대 학제전환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7개 단체는 △한국약학교육협의회(약교협) △대한약사회 △한국병원약사회 △한국제약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대한약학회 △한국약대정년퇴임교수회 등이다. 이들은 안병만 교과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장관과의 면담이 성사되면, 범약계의 의견을 모은 학제전환 요구를 공식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2+4학제인 약학대학의 6년제 전환 논의가 의전원 실패와 맞물려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의전원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이공계 학부과정의 파행이다. 화학·생물 등 자연과학 분야 학부생들이 졸업도 하기 전에 의전원 입시를 준비하면서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4+4학제인 의전원 보다 2+4학제인 약대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의전원은 학부 4년을 졸업한 뒤 의전원 입시를 치르지만, 약대는 일반학부 2년을 마친 뒤 곧바로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통해 약대에 지원할 수 있다. 서울의 한 약대 교수는 “이공계 학부생 가운데 신입생 때부터 약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며 “약대가 의전원보다 심각하게 이공계 학부과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올해 처음 시행된 PEET 시험에 1만 명의 응시자가 몰리면서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의전원·약대 입시학원인 ‘프라임 MD’가 최근 PEET 지원자 성향을 조사한 결과, 화학과 출신이 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생물계열(21%) △기타 자연계(20%) △공학계열(14%)이 그 뒤를 이었다. PEET 지원자 가운데 82%가 이공계 학부 출신인 셈이다.

◆PEET 지원자 82% 이공계 출신=이는 약대 입시경쟁 또한 의전원에 못지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의전원 실패와 더불어 약대 학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현재 대안으로 제시되는 제도가 ‘폐쇄형 6년제(통 6년제)’ 다. 이는 고교 졸업생이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아예 약대를 선택해 총 6년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학부 2년 이수 후 약대에 진학하는 현행 ‘2+4학제’에 비해 패쇄적이지만, 이공계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공계 학부 파행은 교과부도 우려하는 바다. 교과부도 전국 35개 약대 등 범약계 의견이 모아지면, 6년제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말 약교협 임시총회에 참석한 박주호 대학지원과장은 “2+4학제가 화학, 생물 등 이공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대학운영 정상화를 위해 6년제로의 전환 의견이 지배적이라면 (6년제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교과부가 나서 학제개편을 주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2+4학제 시행을 예고하고, 15개 신설 약대를 인가해 준 교과부로서는 “제도 시행도 해보기 전에 학제를 바꾸려 한다”는 비판이 부담스럽다. 서울의 한 약대학장은 “약학·의학·자연과학 등 학계의 공감대가 전제되고, 학제전환 논의가 본격화돼야 교과부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의료계 반발 예고, ‘시기상조’ 비판도=현재 전국 35개 약대를 비롯해 범약계에선 ‘6년제 전환’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이공계 또한 학부과정의 파행을 위협받고 있어 약대 학제 개편에 긍정적이다.

문제는 의학계와 PEET준비 수험생의 반발이다. 김대경 약교협회장(중앙대 약대학장)은 “의학계에서도 약대 2+4학제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의료계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약대 2+4학제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 6년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4학제 시행 이전부터 제도변경을 논의한다는 비판론도 여전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약대 2+4)제도가 도입됐으면 일단 시행해 보고, 문제가 발생된다면 제도변경을 논의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약대 학제 개편을 위한 논의는 안병만 장관과 범약계 7개 단체의 면담이 성사된 직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약교협은 조만간 학제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다음 달부터 관련 심포지엄·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약대 6년제 전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켜, 학제 전환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0-07-07 오전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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