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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연구비 횡령 ‘특단의 대책’ 절실
최근 한달 동안만 10명 이상 적발
실질적 감시·규제 방안 마련 시급
“동료 교수로서 실망스럽고 부끄럽죠. 연구비 횡령사건이 한 번 터지고 나면 한동안은 학생들 얼굴 보기도 미안하고, 밖에서 같은 대학 교수라고 말하기도 겁나요.”(서울 H대 교수)

“타 대학 교수들 연구비 횡령 소식을 접하고 나면 ‘혹시 우리 교수님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교수님은 안 그럴 거라고 믿는 수밖에 없죠.”(서울 S대 대학원생)

최근 각 대학에서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사실이 줄지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교수들은 우리나라의 지성을 대표하는 ‘공인’인 만큼, 이들의 비윤리적 행각이 불러오는 사회적 파장도 더욱 엄청나다. 이에 따라 교수들의 투명한 연구비 집행을 이끌 정부·대학 차원의 ‘실질적’ 대책 마련과 시행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한 달 동안만 10명 이상 적발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은 더 이상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기관들이 대학에 지원하는 연구비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횡령 빈도·액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초부터 이달 초까지 1개월 동안만도 총 10명이 넘는 교수의 연구비 횡령 혐의가 적발됐다. 다음은 최근 밝혀진 주요 연구비 횡령 사례다. 교수들은 대부분 물품 대금 부풀리기, 인건비 빼돌리기 등의 수법으로 연구비를 가로챘다.

△사례 1: 광주지검은 지난달 29일 연구 기자재 납품업자들과 짜고 연구비를 횡령한 혐의로 순천대 교수 2명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6년부터 올해 3월까지 기자재 납품업자들과 공모해 기자재 구입 대금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총 14억5000만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빼돌렸다. 교수들은 횡령한 연구비를 사채변제·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사례 2: 감사원은 지난달 7일 강원대 A교수가 연구비를 부당 집행했다며 파면 요구했다. A교수는 2006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다양한 국책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원생을 연구보조원으로 등록해 3700여만원, 연구보조원 5명에게 지급된 인건비를 자신의 계좌로 입금해 5700여만원을 챙기는 등 총 1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횡령했다. A교수는 편취한 공금을 펀드투자 등에 사용했다.

△사례 3: 부산지검은 지난달 9일 부산대·부경대 등 부산지역 국립대 교수 2명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우선 부산대 C교수는 2003년 5월부터 100여 회에 걸쳐 연구보조원 인건비로 마련된 연구실 공금 총 1억9000여만원을 빼돌렸고, 대학 산학협력단에 허위 인건비를 청구해 3억5000만원을 챙기는 등 총 5억4000만원에 달하는 공금을 횡령했다. 더불어 검찰은 부경대 D교수도 연구보조원 인건비 53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부경대에서는 지난해 5월에도 납품업자들과의 공모, 허위 인건비 신청 등의 수법으로 2명의 교수가 총 13억원을 횡령, 구속 기소된 바 있다. 기소된 부산지역 교수들은 빼돌린 공금을 부동산·주식 투자, 승용차 구매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지난 1일에는 전남대 E교수가 연구보조원들의 통장으로 입금된 돈 1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입건됐고, 현재 일부 대학 교수들이 수사를 받고 있는 등 전국 곳곳에서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철저한 ‘감시·처벌’ 있어야

이처럼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정부·대학들은 △인건비 풀링제 △연구비 카드제 △내·외부 감사 △기자재 구매 감독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아직은 형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설상가상으로 여전히 많은 대학들은 연구자 개개인의 윤리의식만을 강조하며 별도의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사회각계에서는 정부·대학들이 함께 나서 연구비 집행을 상시 감독하고, 부당 집행자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부산지검 관계자는 “연구비 집행에 관한 체계적 관리·감독 시스템의 미흡함, 연구자들의 도덕적 불감증 등이 횡령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학의 수시 관리와 사후 점검이 대단히 허술한 상황”이라며 “정부·대학 본부 차원에서 연구비 집행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근 정부·대학은 미흡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보완하고, 보다 효과적인 대책을 모색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식경제부는 지난 5월 정부가 지원한 연구비를 횡령할 경우 횡령금의 최대 10배에 상응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산업기술혁신촉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귀추가 주목된다. 그동안 정부는 대학·기업 등이 연구비를 유용하면 출연금을 환수하고, 향후 정부가 시행하는 R&D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징계 조항만을 두고 있었다.

지식경제부는 “기존 징계 조치로는 연구비 유용·횡령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과징금 등으로 금전적 제재를 가하게 되면 연구비 부정 집행을 보다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 한양대 산학협력단은 전국 대학 중 최초로 구매 아웃소싱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양대 산학협력단은 지난달 국내 최대 MRO 구매 아웃소싱 기업인 서브원과 연구재료 중앙구매 아웃소싱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향후 한양대는 연구에 필요한 실험 소모품, 각종 시약, 비품 등을 서브원에 구매 아웃소싱함으로써 연구비 관리의 투명성을 더할 방침이다.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10-07-11 오전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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