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병원 “환자 유출 어떻게 막나” 고심
충북 지역 등 ‘서울行’ 심각 … 교통 발달이 주요 원인
울산대 등은 특성화로 위기극복 … 정부 지원책 ‘절실’
지방대 병원들이 ‘살길 찾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환자·의료인력 등의 서울 유출이 점점 더 극심해지면서 상당수 지방대 병원들이 지역 거점 의료 기관으로서의 입지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각 지방대 병원들이 진료 분야 특성화, 서비스 개선 등으로 환자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일부는 가시적 성과까지 거둬 눈길을 끈다. 그러나 환자들의 서울 집중 현상은 지방대 병원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전 사회적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환자·의사 모두 ‘서울로’ … 교통발달 등 원인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역 환자들의 서울행(行)은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이 같은 현상은 교통 발달, 인구의 수도권 밀집 등과 더불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장기간의 입원 치료가 요구되는 중증 질환자들의 경우 초진은 지역 대학 병원에서, 수술·치료는 서울 대형 병원에서 받는 일이 허다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6년 발표한 ‘소득계층에 따른 암환자의 암 종별 의료이용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 소재 병원에 암으로 입원한 환자 중 58.5%는 타 지역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암정책과 관계자는 “인천·경기, 충북, 대전·충남, 전남·광주, 제주 등의 환자 유출이 가장 극심하다”며 “인천·경기, 충북, 대전·충남 등은 서울과 인접해 있고, 전남·광주, 제주는 타 지역에 비해 대형 의료 기관이 다소 부족하다. 때문에 이 지역 거주자들의 서울 유출 비율이 유달리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역 환자들의 서울 유출에 영향을 미친 결정적 원인으로는 △교통 발달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 등이 꼽힌다. 우선 교통 발달의 경우 KTX 개통이 가장 결정적이다. 실제로 최근 부산광역시 의사회 발표에 의하면 서울에서 진료를 받은 부산지역 환자는 2006년 47만 4000명, 2007년 57만명, 2008년 62만 3000명 등으로 2004년 KTX 개통 이후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의사회는 오는 11월 KTX 대구-부산 구간이 개통되면, 지역 환자의 외부 유출이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불어 서울에 의료 시설·인력이 집중돼 있다는 점, 환자의 가족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 등도 지역 환자들의 유출을 부추기는 요소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의료자원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의료 기관 중 25.6%, 의사 중 30.3%가 서울에 밀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충북·강원·울산·제주 등은 의료 기관·의사 비율이 각각 3%미만으로 서울의 1/10 수준에 그쳤다.
이철갑 조선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무엇이든 서울로 집중된다. 환자들의 서울 유출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며 “서울로 교육·산업·문화가 몰리니 사람이 몰리고, 이들을 돌볼 병원과 우수 인력도 몰리고, 환자도 몰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극복 ‘안간힘’ … 정부도 지원책 마련해야
지역 환자들의 유출이 계속해서 극심해지자 지방대 병원들은 특성화, 서비스 품질 개선, 홍보 등으로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전남대(화순)·울산대·동아대·경북대 병원 등은 진료 분야 특화로 위기극복에 성공해 주목된다.
화순전남대병원은 국내 최고의 암 치료 전문 병원으로 손꼽힌다. 지방대 병원 중 유일하게 국내 6대 암 수술 건수 모두에서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 관계자는 “2004년 화순전남대병원이 개원한 이후 지역 환자들의 서울 유출이 크게 줄었다. 과거에는 전남 지역 암 환자의 90%이상이 서울 대형 병원에 원정 진료를 받기 위해 떠났으나 최근에는 60%이상이 우리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울산대병원은 지난 2002년 지방대 병원 중 최초로 생체 간이식에 성공한 이후 올해 4월까지 총 30차례 이상 수술 성공률 100%를 기록하며, 장기이식 전문 병원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나양원 울산대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은 “울산대병원이 지방대 병원으로서 간이식 등의 고난이도 수술을 선도하고 있어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며 “각 지역의 균형적 의료 발전을 위해 지방대 병원의 성공 사례들이 계속해서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동아대병원은 항암 요법을 통한 암 치료, 경북대병원은 복강경 수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경북대병원은 대장 질환의 복강경 수술에 이미 1000여 건 이상 성공한 바 있다.
진료 분야 특성화와 함께 서비스 품질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지난달 21일부터 지역 대학병원 최초로 365일 24시간 전화 진료 예약·변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조선대병원은 올해 일부 병실을 전면 황토 타일로 단장한 것은 물론 화장실 증·개축, 주진입로 스노우멜팅(도로결빙방지) 시스템 설치, 보도블록 교체 등의 환경개선도 완료했다.
그러나 지역 환자들의 서울 유출 해결을 위해서는 지방대 병원들은 물론, 정부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직접 나서 지방대 병원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대병원 한 교수는 “부산광역시 의사회에 의하면 우리 지역 환자 유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 4000억 원에 달한다. 서울로의 원정 진료로 엄청난 추가 경비가 생기는 것에 더해 수술 후 관리가 어려워 도리어 환자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며 “지방대 병원의 의료 수준은 서울 대형 병원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국민들의 의료 경비 절감과 건강 증진, 지방대 병원의 생존을 위해 국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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