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런 행시개편, 대학도 ‘당황’
“대학교육 영향 미치는 문제에 논의과정 없어”
“행정고시 준비중인 학생 불이익 없어야” 우려
“전문가 채용시 공정성·객관성 확보돼야” 조언도
60년간 유지돼온 5급 이상 공무원 충원방식이 바뀐다. ‘행정고시’란 말이 사라지고, 공무원 ‘5급 공채’로 대체된다. 12일 정부발표에 따르면, 내년부터 5급 이상 공무원 30%가 개방형으로 채워진다. 2015년까진 이 비율이 50%로 확대된다.
정부는 그간 고시 출신 위주로 채워진 인적구성에 다양성을 꾀하기 위해 민간전문가를 서류·면접을 거쳐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학들은 논의과정이 없었다는 점에서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또 민간전문가 채용과정에서 불거질지 모를 공정성 시비를 우려하고 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논의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로스쿨 도입과 사법고시 개혁 당시에도 논의과정이 있었는데, 이번처럼 공청회나 의견수렴 없이 갑자기 행정고시를 개편한다고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입 당시 학계와의 논의과정을 거쳤던 로스쿨에 비하면 너무 급작스런 개혁이란 얘기다.
때문에 김 교수는 “내년에 30%를, 2015년까지 50%를 개방형으로 채운다고 했는데 이를 밀어붙이려하지 말고, 제도 시행 전이라도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국가가 공무원을 충원하는 것은 일반 사기업이 직원을 채용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인적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 공무원 채용방식을 바꾸는 데 동의하지만, 대학교육과도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여론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학생에 대한 불이익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석균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는 “현재도 5급 공무원의 27%정도를 특별채용으로 뽑고 있어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재 행시를 준비중인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선 매년 200명 남짓 뽑아오던 선발 인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5년 5급 공무원 절반을 개방형으로 채우더라도 기존 행시 선발인원을 유지, 공채 선발인원으로 승계해 달라는 요구다.
민간전문가 채용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정석균 교수는 “현재 박사학위 소지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장관 등 고위 관료와 관계가 있는 전문가로 개방형 인력이 채워지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며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되고 누구에게나 채용기회가 열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행정고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혀온 ‘공정성’을 민간 전문가 채용과정에서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태일 교수도 “공무원 사회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특정계층으로 인력이 채워지는 것은 문제”라며 “그간 행정고시의 가장 큰 장점인 공정성이 민간전문가 채용과정에서도 담보할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만 해결된다면 공무원 인적구성이 다양화되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이 여러 학문을 공부한 사람으로 다양화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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