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성(아주대학교 수원발전연구센터 연구부장, 행정학 박사)
1995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민선 5기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우리 지방자치가 청년기(adolescence)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진용(陣容)을 갖추고 향후 4년을 항해할 민선 5기 각 지방정부에 거는 기대는 ‘변화와 성숙’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필자는 수원시와 아주대 간의 협약에 의해 관학협력 모델로 설립된 연구기관에 재직 중이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청년기에 들어선 지방정부와 지역의 청년들이 함께 미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각 지방정부는 새로운 민선 5기 출범과 함께 지역발전을 위해 수많은 정책들을 숙의(熟議) 중이다.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하고, 친환경적이고 문화·예술이 충만한 도시를 만들고자 하며, 더욱 촘촘한 복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한다. 좀 더 고도화된 주민참여를 통해 지방자치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와 같은 정책논의 속에는 청년들이 대상인 혹은 주체가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각 지방정부는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을 독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쥐어짜고 있다. 친환경 도시, 문화·예술 도시를 청년들의 손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복지 네트워크에, 고도화된 참여 시스템에 청년들이 뜨거운 가슴과 합리적인 이성(理性)을 갖고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을 형성하기 위해 지방정부 청사의 불이 밤늦도록 켜져 있으니 이 얼마나 희망스러운 일인가. 그런데 청년들을 위한, 청년들을 활용한 정책형성에 청년들의 목소리와 욕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의문이다. 청년들의 생각과 의사가 반영되지 못한 정책은 덜 소망스러울 뿐만 아니라 집행되어도 그 성과는 크지 못할 것이다. 지방정부들의 노력에 청년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배려가 더해진다면 더 좋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반대로 청년들을 생각해 본다.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열정과 패기를 기본으로 기성세대와는 다른 사고와 능력을 갖고 있다. 그 역량을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를 위해 쏟아 부었으면 한다.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여기저기 지방정부의 각종 공모전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지역의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물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봉사를 위한 봉사가 아니라, 진정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지역의 미래를 위해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수원시·아주대는 지역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대학생들로 구성된 지역기획단을 구상 중이다. 동아리활동처럼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는 대학생들이 모여 지역 전통시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민하며, 해결방안을 찾아 실천하고자 한다. 카메라를 들고, 펜을 잡고 땀 흘리는 젊은이들이 전통시장 구석구석을 누비고, 그 젊은이들의 모습을 대견해하며 물 한 잔을 건네는 시장 아주머니의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기분이 유쾌해진다. 이런 모습이 지역발전의 청사진이며, 성숙한 지방자치를 위한 밑거름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방정부는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그들이 땀 흘릴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주고, 젊은이들은 그 마당에서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며 성숙해질 수 있는 그런 지방자치의 모습을 그려 본다. 청년기에 들어선 지방자치는 바로 지역의 청년들과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