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제병합 조약이 체결된 지 100년이 되는 올해 학술잡들이 이를 조명하는 기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잡지들은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오늘의 숙제와 피식민지인으로서의 경험, 친일파 문제, 독립운동가들의 삶 등을 각각 조명했다.
계간 '역사비평' 가을호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인 이승렬 연세대 연구교수의 글을 실어 주로 100년 전 '메이지 일본'이 취한 자세와 지금의 일본이 지닌 태도를 비교했다.
이 교수는 '강제병합 100년과 성장의 공공성'에서 '한국병합'을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시각을 비교하고, 화해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는 일본의 유명 역사소설가인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가 '언덕 위의 구름'에서 침략자인 '메이지 일본'을 순진무구한 소년 이미지로 포장하는 모습을 지적하고, 이에 반해 한국의 국사(國史)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등 계속된 저항의 흐름 속에서 형성됐다는 점을 대비한다.
결국 국민국가를 형성하는 데 서로 정반대 길을 걸은 한국과 일본은 사회 양극화와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역사의식의 보수화와 사회 내 갈등을 낳아 양국 간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세계질서의 첫 번째 전환기인 개화기에 식민지를 겪고 두 번째 전환기인 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한국전쟁을 겪은 한국의 역사를 언급하고 "세 번째 전환기가 되는 강제병합 100년의 시점에서는 사회 내 갈등을 치유해야 대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 역시 '동아시아공동체 구상과 한반도'를 통해 100년 전 탈아입구(脫亞入歐.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로 편입됨)론을 주장한 일본이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동아시아공동체로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간 '황해문화'는 '식민지 100년 : 제국/식민의 기억에서 얼마나 멀리 왔는가?'라는 제목의 특집을 마련하고 한일강제병합이 가져온 식민지의 경험과 이에 대한 현재의 인식을 다각도로 다뤘다.
차승기 성공회대 HK연구교수는 '식민지 트라우마의 현재성'에서 식민지의 경험이 국가에 의해서만 규정되는 것을 비판했다.
차 교수는 식민지 체제가 피식민지인들에게 남긴 억압을 '식민지 트라우마'라 정의하고, 국가 주도의 과거사 청산의 논리와 개인에게 남은 식민지 트라우마 사이의 간극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짚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연된 정의 : 두 개의 보고서'에서 식민지 경험 때문에 생긴 한국 사회의 오랜 '뜨거운 감자'인 친일파 문제를 다뤘다.
김 연구원은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가 펴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 두 '보고서'와 '사전'은 진상 규명과 정의 실현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대상의 규모와 의미, 형식, 주체, 조사방식 등이 다르다.
특히 그는 '보고서'가 국가 주도로 역사적ㆍ법적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 반면, '사전'은 민간의 주도로 학문적 정리와 역사적 책임 추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년간지인 '한국사시민강좌'는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일제 치하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12명의 삶을 비교했다.
조명한 독립운동가는 이동휘, 이승만, 김구, 안창호, 김규식, 박용만, 조만식, 여운형, 조소앙, 이청천, 김두봉, 김원봉 등 좌우를 망라해 구성했다.
역사학자와 역사가들이 각각 나눠 집필한 이들의 삶 이야기는, '민족주의자' '사회주의자' 등의 규정으로만 이들을 정의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이들이 '무슨 무슨 주의자'이기 전에 '독립'을 위해 실현 가능한 모든 정치적ㆍ사상적 변화를 모색한 '운동가'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 입력 : 10-08-18 오전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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