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성적 장학금 혜택을 대폭 늘리는 대학이 늘고 있는 가운데, 경희대가 ‘성적’이 아닌 ‘가정형편’을 고려한 파격적인 신입생 장학제도를 내놨다. 그간 공급자 위주의 장학제도에서 벗어나 철저히 수요자 요구에 맞춘 장학제도라 주목된다.
20일 경희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2011학년도 수시모집부터 ‘학생 맞춤형 장학제도’를 도입했다.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들어온 학생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20명(서울 10명, 국제 10명)을 선발, 4년 전액장학금을 지급한다.
특히 이 학생들에겐 연간 교육활동비(대학생활비)도 제공할 예정이다. 대학 재학 중 가정형편이 특별히 나아지지 않는 한 4년 내내 생활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원거리 통학 학생에게는 기숙사도 무료로 제공한다.
경희대 임진택 책임입학사정관은 “그동안의 장학금은 학생이 뭘 원하는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며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4년간 무사히 학업을 마치도록 도와주는 것도 대학의 책무라는 생각에서 도입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도는 최근 대학들이 성적 우수자 유치를 위해 장학제도를 ‘유인책’으로 쓰는 것과 대비된다. 특히 서울 주요대학들의 경우 조금이라도 성적이 높은 학생들을 뽑기 위해 경쟁하면서, 억대 장학금까지 도입하고 있다.
숙명여대의 경우 수능 백분위 평균 99점 이상인 학생에게 △4년간 전액 등록금 △기숙사비 △외국대학 복수학위 경비 △외국명문대학원 박사과정 학비 지원 등 최대 3억원 규모의 장학제도를 신설했다. 또 수능성적 백분위 평균 97점 이상인 학생 30명에겐 최대 1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이밖에 중앙대·성균관대·한양대·숭실대 등도 자교 전략학과 등에 입학하는 성적 우수 학생에게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혜택들이다.
경희대가 이른 흐름과 대비된 장학제도 도입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입학한 한 학생 때문이다. 강제상 입학처장은 “지난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들어온 학생 가운데 아동복지시설에서 초·중·고교를 마친 학생이 있었는데, 살아온 이력을 살펴보니 정말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이었다.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입생 장학제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재학생을 지원하는 장학제도는 있어도, 형편이 어려운 신입생에 대한 장학제도가 미흡했다는 반성에서 도입이 논의됐단 얘기다. 당시 경희대 입학사정관들은 이 학생의 사정을 조인원 총장에게 건의, 총장특별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일을 겪은 뒤 경희대가 마련한 장학제도가 ‘학생맞춤형 장학제도’다.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입학하는 학생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20명을 선발한다. 심사는 입학사정관 10여명으로 구성된 장학선발위원회가 맡는다. 임진택 사정관은 “입학사정관 전형 과정에서 학생 개개인의 가정형편이 파악이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 장학금이 돌아갈 것”이라며 “첫해는 20명으로 시작하지만 향후 선발인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학제도는 하버드대·프린스턴대 등 미국 아이비리그의 대학들이 운영해 온 ‘Need-Based Scholarship(학생 필요에 기반한 장학제도)’을 참고했다. 이는 재정문제로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기 위해 누구나 재정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또 학생이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을 뺀 연간 교육활동비를 지원하는 한편, 의무적인 사회봉사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경희대도 맞춤형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봉사활동을 의무화 한다. 교내·외를 막론, 일정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받는 것과 동시에 나누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것”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연간교육활동비는 학생이 부담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지원할 계획이다. 매년 1년 단위로 지급을 지속할 지의 여부도 심사한다. 임진택 사정관은 “연간 필요한 교육활동비를 책정하고, 학생 부담 가능액 외의 비용을 학교가 지원하는 것”이라며 “매년 학생 부담 가능액 등을 심사한 뒤 지급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