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청 내 질병관리본부 장내세균과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다쳤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1월에는 대전 D대학에서, 2월에는 강원도 K대학 실험실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재산상 피해를 봤다고 한다. 이처럼 매년 우리나라 대학교 실험실에서는 크고 작은 수건의 화재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대학 내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실험실이 있다. 크게 자연계열·공학계열·의학계열 실험실로 나눌 수 있는데, 실험실에서는 화재와 같이 연구자의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안전사고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고압가스 폭발이나 전기가열 등으로 화재가 나면 언론에 보도돼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미생물이나 동물사육 및 실험 시에 감염됐다거나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나 방사선을 다루다가 암이 발생했다면 잘 알려지지도 않고,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므로 아무래도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대학 실험실마다 환경이나 조건이 매우 다양하고, 안전한 실험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안전한 실험실 환경 조성을 위한 재정 투자는 우선순위가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다. 넘치는 기자재로 복도에 사람의 통행이 불편할 정도라든지, 직접 실험을 하는 연구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이 어떤 독성인지도 모르고 함부로 다루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실험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대학원생이나 조교들이 실험실 관리방법에 대해 아무런 사전 교육 없이 실험에 종사하며 알음알음 경험하며 조금씩 알아간다는 것이다. 각 학교마다 실험실 안전보건지침 및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하고는 있으나 형식적일 뿐 아직은 실질적인 행동 지침으로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실험실을 실제 사용·관리하는 연구책임자 자신이나 대학 운영자들이 실험실의 안전 및 연구자 보건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만약 ‘잠깐의 실수로 실험실에 화재가 발생해 실험 기자재와 그동안 수행해 왔던 중간 연구결과가 숯덩이로 변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열심히 연구만 하던 사람이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어 불치의 병에 걸렸다면 어떻게 될까?’를 가정해 본다면 실험실의 안전보건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한편 실험실 안전보건 관리가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나 대부분 대학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 감독할 전담조직을 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규정상 여러 전문 직종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물질의 구입에서부터 폐기, 사용하고 있는 물질의 유독성 여부와 연구자들의 건강관리 등 전담조직의 업무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담조직의 규모가 달라지므로 재정적·행정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존 조직에 업무를 맡길 때는 업무수행이 형식적이 될 가능성이 많아 곤란하다.
따라서 필자 생각으로는 우선 쉽게 접근 가능한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그중 가장 먼저 연구자들 스스로 실험실 안전보건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인식의 전환은 교육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가령 대학의 모든 교직원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듯 실험에 종사하는 모든 연구자도 의무적으로 안전보건 교육을 이수토록 강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실험실에서 무엇이 위험요인인지를 알 수 있게 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우선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시설투자가 필요하다면 예산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고,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면 학교 규모나 수준에 따라 마련해 나가면 되리라 생각된다.
학교 실험실의 안전은 비단 교직원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생명과 건강도 위협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현실은 그 중요성만큼 이에 대한 관심은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연구자들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과 제도적 장치, 보다 안전한 실험실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