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교육계는 극도로 뒤숭숭하다. 두말할 것 없이 2009 교육과정 개정안에 따라 최근 발표된 2014학년도 수능 개편안 때문이다. 1994년 대입 수능시험 도입 이후 여러 번의 개편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대부분 기존의 틀을 크게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개정은 개정된 교육과정 틀에 따라 대폭 변경하는 것이어서 교육관련 분야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다.
공개된 새로운 수능 틀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수험생이 될 학생들과 그 학부모의 입장, 일선학교 교사, 사범계열 대학 및 교사 지망생들의 입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을 수립한 수능 선진화 연구회 및 교과부 관계자들이 밝힌 개편 취지에 의하면 수험생들에게는 과다한 시험과목 수에 대한 부담의 경감과 단판 승부로 판가름하는 수능의 기회를 한 번 더 부여하자는 것, 학부모를 위해서는 사교육비 부담의 감소, 학교현장에 대해서는 학교 교육의 충실화를 꾀하고자 하는 데 그 목표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목표들이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과연 실현 가능한가 하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상관없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의 확대, 수준별 수업 강화, 선이수학점제 등도 추진된다고 한다. 이 같은 개편안은 그동안 교과부의 교육과정 개편의 흐름 속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던 것들이 ‘국가의 교육이념 구현’이라는 명제 아래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개편안을 주도했던 관계인사가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 수립과 개편안이 나오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집단은 우선적으로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겠지만 중고등학교 교과목 교원양성을 담당하는 사범계열 대학과 교실에서 학생들을 직접 대하는 현직 교사들, 특히 국어·영어·수학(이하 국영수) 외 과목 교사들에게는 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입 성적에 목을 매는 학교 입장에서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요구를 거스를 수가 없어서 지역에 따라서는 이미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자율적 가감 허용범위를 적극 활용해 국영수 외 과목의 수업시수를 줄임에 따라 해당 교사들의 불안감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사범계열 대학들에서는 국영수 이외의 학과 학생들이 임용고사 정원 대폭 축소 또는 전공학과 폐지의 공포 속에서 패닉상태에 빠져 있는 실정이다. 대학 내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실망과 울분, 자조의 댓글들이 줄을 잇고, 이를 보고 있는 교수들은 속수무책의 무력감에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차 훌륭한 스승으로 길러내고자 그동안 힘겹게 담금질을 해 왔던 제자들을 향해 이런 상황을 놓고 뭐라 할 말이 있겠는가?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되도록 무엇을 했느냐는 분노의 화살이 교수들에게 돌려지기까지 한다.
한편 이번 수능 개편안이 교육정책상 긍정적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학교교육 충실화를 위한 것이라면서 고교 교육과정에서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할 국영수 외 과목의 기초적 소양 혹은 일반적 교양을 대학에서 다시 교육해야 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또 가뜩이나 그간의 교육정책들이 대입 수험생 위주가 되어 고교 졸업 후 취업의 길을 선택하거나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적 배려가 소홀한 상황인데 앞으로는 더욱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리고 한정된 국영수 전공교사의 수로는 수업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서 기간제 교사나 상치교사 혹은 시간강사에 의존하게 돼 전체적으로 안정된 수준의 교육을 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결국 어려운 몇 가지 문제들을 풀기 위해 다른 큰 부분들을 모두 파헤쳐 놓는 정책의 강행으로 인해 몇 배의 혼란과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