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환수 vs 노터치’ = 현재 적립금 때문에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은 연세대. 연세대는 지난 국정감사 당시 약 1천7백 억 원(사립대 중 3위)의 적립금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적립금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핵심은 막대한 적립금을 보유했음에도 불구, 꾸준히 등록금을 인상했다는 것. 따라서 일부 학생들은 적립금을 환수하고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학교 측은 ‘적립금 노터치론’을 내세우고 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인가?
적립금은 90%가 기부금으로 구성된다. 이 기부금은 장학사업, 건물신축, 연구 활동 등 사용 목적이 정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적립금은 교비와는 별도로 관리되며 적절한 시점에 해당 사업에 투자된다.
그런데 만일 등록금 인하를 목적으로 적립금을 환수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기적으로 그리고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
연세대를 예로 들어보자. 연세대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적립금은 약 1천7백 억 원대. 그리고 ‘이월적립금 환수와 2006년 등록금인하 운동본부’에 따르면 올해 연세대의 등록금 인상 수입액은 1백75억 원 정도다. 이는 적립금의 10% 정도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이론상으로는 적립금의 10%만 환수해도 등록금 인상 억제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에 따라 매해 적립금의 일정 부분을 등록금 인하를 위해 사용한다면 머지않아 적립금은 대폭 축소된다. 그렇다면 한 채의 건물 신축에 드는 비용이 수백억 원 대임을 감안할 때, 어느 시점부터는 등록금으로 투자비용을 모두 감당해야 하고 등록금 인상은 또 다시 불가피하게 된다. 그리고 인상률은 충분한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을 때보다 더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며 후대의 경우 더 높은 등록금 인상률을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적립금 규모가 30조원이 넘는 하버드대나 외국 명문대의 경우 원금을 보존하는 이유는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기정 이화여대 재무부처장은 "적립금이 있으니 등록금을 줄여달라는 것은 현재 학생들이 돈을 덜 내고 향유하자는 것"이라면서 "적립금은 입학과 동시에 나눠가질 수 있는 공동재산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적립금 환수 주장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일까? 대학들은 적립금의 경우 목적성 기금이기 때문에 ‘노터치’ 대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대한특례규칙’ 중 제13조를 보면 “이사장 및 학교의 장은 동일 관내의 항간 또는 목간에 예산의 과부족이 있는 경우에는 상호 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적립금은 꼭 노터치 대상만은 아니다. 따라서 명확한 목적 없이 적립되거나, 교비나 정부 지원금 등이 적립되는 경우는 교비로 환원, 최대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데에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적립금 딜레마, 해법은 = 당장에 적립금을 환수해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은 장기적인 입장에서 손실을 불러올 수 있어 적립금 딜레마를 푸는 궁극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적립금이 올바르게 적립되고 사용되는 지의 여부다.
전문가들은 교비나 정부지원비 등이 적립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이 경우 적립금이 목적성 기금이란 주장은 힘을 잃게 된다.
또 적립금이 건물신축, 장학사업 등 해당 사업을 위해 쓰이지 않고 교직원 인건비 등 나눠 먹기 식으로 사용되는 것도 문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재정상태가 좋지 않으면서도 교직원 규모가 방대하거나 급여가 높은 경우, 적립금 유용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적립금이 해당 목적에 맞는 기금으로 구성되고 해당 사업에 사용되는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적립금 딜레마는 곧 등록금 인상 갈등과 직결되는 만큼 해외 대학처럼 적립금 원금은 보존하면서 적립금을 통한 이자 및 펀드 수익을 교비에 투자하는 것도 적립금 딜레마를 푸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적립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은 보통 원금의 4~5% 선에 이른다. 예를 들어 적립금이 1천억 원이면 연간 이자수익은 40~5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펀드 수익까지 합치면 액수는 더 커진다. 5천8백억 여 원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이화여대의 경우, 이자수익만 해도 3백억 원 가까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적립금을 통한 펀드 및 이자수익을 잘만 활용하면 등록금 인상률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와 관련 이화여대는 적립금 수익을 교비로 투자하고 있으나 적립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연세대, 고려대 등은 펀드 또는 이자 수익분을 다시 적립하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연구개발팀 이상도 부장은 “적립금은 일종의 저금과 같은 개념으로 그 액수가 많을수록 좋지만 등록금 등을 적립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번에 구축된 사립대 회계정보시스템이 적립금을 포함해 예산 사용 내역을 보다 투명하게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