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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생 "스펙 쌓으러 서울로 갑니다"
토익·자격증·공모전 준비 위해 값비싼 생활비 들여 서울행
정보·인맥의 수도권 집중현상 심각...“계급 구조화 우려”
#1. 울산 소재 대학에 다니는 최정만 씨는 졸업을 한 학기 남겨놓고 서울로 올라왔다. 토익 점수를 높이기 위해 학원이 밀집된 강남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는 5개월 동안 생활비와 학원비로 한 달에 100만원씩 약 500만원을 썼다.

#2. 창원에서 대학을 다니는 강주택 씨는 올해 7월 서울로 왔다. 이유는 인턴경력을 쌓기 위해서다. 특히 강 씨가 원한 온라인 마케팅업종은 서울을 제외하곤 회사를 찾기 힘들다. 현재 강 씨는 신사역 주위 고시텔에서 월세 40만원을 내고 살고 있다.

■ 토익·자격증 등 시험을 위해서 = 서울을 찾는 많은 지방학생들의 목적은 토익이나 토플 같은 영어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다. 특히 토익 같은 경우는 방학을 이용해 점수를 높이려는 학생이 많다. 강남역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방학 때에는 1.5배에서 2배가량 원룸이나 고시텔 등을 구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울산에서 대학을 다니다 토익점수를 올리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최정만 씨는 “서울 강사들이 지방 강사들 보다 ‘토익’이라는 시험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단기간에 점수를 향상시켜주니 시간이 부족한 취업 준비생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에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아 올라오기도 한다. 금융권 입사를 준비하는 최기영 씨도 그 예다. 그는 CFA(공인재무분석사)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서울로 올라왔다. 최 씨는 “서울 말고는 CFA자격증을 위한 교육시설이 없다”며 “교육시설도 그렇지만 학생들과 정보를 나누거나 스터디 모임을 할 수 있는 인원도 없어 올라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학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메가엠디 학원의 곽상조 상담팀 대리는 “서울에서도 강남권에 80% 이상의 의전원 전문 학원이 몰려있다”며 “지방학생들이 40-45%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전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서울 강남으로 올라와야 하는 게 학생들 사이에서 정설”이라고 말했다.

■ 수도권에 집중된 오프라인 모임

울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한지훈 씨는 공모전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케이스다. 한 씨는 “서울이나 경기도에 대학이 몰려 있어 그만큼 공모전 같은 행사에 참가하고자 하는 학생이 많다”며 “토익이나 자격증 등은 혼자 공부할 수 있지만, 공모전 참가와 같은 팀 단위 활동에 참여하려면 학생들이 많은 수도권으로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공모전뿐만 아니라 해외봉사활동도 마찬가지. 해외봉사활동의 경우 준비하는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대부분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어서 회의도 자연스럽게 수도권 근방에서 열린다. 지방학생들은 회의나 모임에 자주 참가하기 위해서는 서울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

■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정보’와 ‘인맥’

지방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부족함은 무엇보다도 ‘정보’와 ‘인맥’이다. 창원에서 인턴활동을 위해서 올라온 대학 졸업반 강주택 씨는 “현재 하고 있는 온라인 마케팅의 경우 인턴을 뽑을 때 오프라인 모임 위주로 연락해 모집한다”면서 “지방에 있다면 이런 모임에 자주 참가해 관련된 정보를 얻고 인맥을 쌓는 것이 무척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 경상대에 다니는 하지연 씨도 “취업박람회 같은 것도 지방에서는 자주 열리지 않는다”며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취업을 위해서는 서울로 올라가는 게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변한 느낌이다”라고 토로했다.

지방학생들은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오는 것은 아니다”며 “수도권 학생이 많이 참여하는 모임이나 커뮤니티가 빠르고 유용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학생들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스펙에만 집착하는 취업 시스템이 낳은 부작용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토익․토플점수와 공모전 입상경력 등 스펙을 우선하는 기업들의 취업기준이 지방 대학생을 수도권으로 불러들이는 이유라는 것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을 생활비와 학원비로 사용할 수 있는 학생은 중산층 이상일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계속 된다면 소위 ‘있는 집 아이들’만 취업에 쉽게 성공해 계급 구조화 현상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조용석 기자 (chojuri@unn.net) | 입력 : 10-09-29 오전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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