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학들이 재정확충, 정원 충원, 국제화지표 향상 등을 목표로 현지 입학설명회까지 개최하며 중국인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이들의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졸업 후 국내 기업으로의 취직을 원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우리나라 학생들과 경쟁해야 해 맞춤형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외국인 유학생 급증, 대부분은 중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7일 발표한 ‘2010년 OECD 교육지표(EAG : Education at a Glance)’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에 재학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2000년 3762명에서 지난해 7만5850명으로 9년 만에 무려 20배가량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가장 가파른 것으로, 국내 대학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우리나라 유학생 수가 급증하는 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중국인이다. 올해 6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외국인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수는 총 5만3461명으로 전체의 70.5%를 차지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러안씨는 “타 국가에 비해 한국 대학들은 유학생들을 위한 장학 혜택을 많이 준다. 고국과 가까운 나라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유학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국 유학을 택하는 중국인들이 많다”며 “특히 최근에는 한국 대학들이 중국에서 수차례 입시설명회를 열며 홍보전을 벌이고 있어,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다. 앞으로도 한국 내 중국인 유학생들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치에만 ‘안간힘’ … 졸업 후 진로엔 ‘무관심’
우리 대학들이 많은 수의 중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들의 진로·취업교육, 경력관리 등에도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국내 기업 취직을 원하는 중국인 학생들은 △맞춤형 취업 정보 △중국어로의 영어교육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이 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학은 많지 않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 7일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중국인 학부생 수 상위 20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전무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모의 면접, 자기소개서 클리닉, 취업 영어 특강, 취업 캠프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취업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충청권 대학 국제교류팀 관계자는 “중국인 학생 대부분이 한국 기업에 취업할 생각이 없다. 졸업 후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중국으로 돌아간다”며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울 소재 대학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외국인 채용 시 영어권 학생들만을 선호한다”며 “중국인 학생들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없는데, 무턱대고 취업 교육부터 시킬 수는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中 유학생 “취업하고 싶어도 방법 몰라”
그러나 상당수의 중국인 유학생들은 한국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도 맞춤형 취업 정보·교육을 제공받을 수 없어 막막하다고 말한다. 대학들의 말처럼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중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들이 많지만, 여기엔 취업에 실패한 학생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서울 모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한국 기업에 취업해 일을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가 없어 막막하다”며 “함께 유학 왔던 다른 중국인 친구의 경우 이미 여러 번 한국 기업에 원서를 넣었다 낙방했고, 결국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또 호남권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도 “취업 준비를 하려고 대학원에 가는 친구들도 많다”며 “중국인 유학생들은 학교로부터 한국 학생들처럼 체계적인 취업 정보·교육을 제공받을 수 없어 (취업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들은 중국인 인재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대학들의 주장도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STX그룹 인사팀 송영석 주임은 “영어권 학생을 가장 선호하는 것은 맞지만, 그 다음은 중국인”이라며 “우리 회사의 경우 다롄 STX조선을 운영하고 있어 중국인 인재가 필요하고, 실제 채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CJ그룹 인사팀 관계자도 “중국 지역 사업을 위해선 중국인이 필요해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정보, 영어교육 ‘시급’
현재 국내 기업으로의 취업을 원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가장 시급히 필요로 하는 것은 맞춤형 취업 정보, 중국어로의 영어교육이다. 이 같은 부분들만 대학에서 지원해 줘도 중국인 유학생들의 취업 준비에 한결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아주대 한위엔쩡씨(정치외교학과 4)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기업에 취업할 때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점은 부족한 정보와 영어”라며 “어느 기업체에서 중국 인력을 필요로 하는지 학생이 스스로 찾아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한국 기업들은 모든 학생에게 높은 영어 실력을 요하는데, 중국인들은 한국어로 진행하는 토익 수업은 알아듣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또 한국외대 옌동씨(일본어과 3)도 “취업을 원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영어가 가장 어렵다”며 “대학에서 중국어로 된 영어강의를 마련해 준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대학에서는 많은 수의 중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놓고, 그들의 필요를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 보직교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우리나라 대학 운영에 기여하는 바가 상당하다”며 “무려 5만 명이 넘는 학생들을 데려와 놓고, 그들의 앞날을 위한 지원을 해 주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 단물만 삼키고 귀찮은 일은 안 하겠다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현희·조용석 기자>

[인터뷰
] “한국, 몸으로 체득해야”
짜오찡하이씨
(현대위아 기획실 글로벌지원팀) 지난달 현대위아 기획실 글로벌지원팀에 입사한 중국인 짜오찡하이씨(24)는 “그동안 한국 사회 문화를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 게 취업에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베이징 출신인 짜오씨는 지난 2006년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올해 8월 졸업했고, 원했던 국내 기업 취업에도 성공했다.
짜오씨는 “대학 졸업 후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다. 한국에 대해, 한국 기업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바랐던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 한국의 조직생활에 잘 적응해 한국에서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짜오씨가 한국사회 문화에 대한 체험을 취업의 중대 비결로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한국어·영어·전공 공부는 필수이고, 한걸음 더 나가 한국 사회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며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에 취업하고도, 사회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나는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한국을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짜오씨는 “대학 재학 중 신문사·IT회사·인터넷마케팅회사 등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한국의 사회 문화를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특히 4학년 1학기 모 경제신문사에서 수습기자로 일했던 게 가장 소중하고 값진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선배 기자들과 함께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야근을 하는 등의 과정에서 한국의 사회 문화를 몸으로 생생히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취업을 원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겐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중국과 한국의 차이를 인정하라”고 당부했다. 짜오씨는 “외국인이 한국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한국인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강점을 살려 나가려는 꾸준하고 긍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중국과는 다른 한국 사람들만의 사고방식, 근무습관 등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한국·중국이 가진 유사점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