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교협이 주최한 수기공모전에 당선된 전문대학 졸업자 세 사람을 만났다. 졸업 후 겪었던 차별에도 불구, 자긍심을 느낀다는 이들은 본인의 경험을 호소력 있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본지가 주관한 대담에서 “사회시선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사회자 :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이하 ‘사’)사: 나이·경력이 모두 다른데, 전문대학을 지원하게 된 동기는?
이혜은(이하 '이): 입학할 때 IMF가 터졌다. 4년제 대학 문예창작과에 합격했는데 가지 않았다. 취직이 어렵다고 다들 만류했다. 치기공과 간다니 모두 ‘잘했다’고 하더라.
김성환(이하 '김'): 4년제 대학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군대를 다녀왔다. 내 적성이 뭔지, 무엇에 소질이 있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 분야가 맞는 것 같아 지원했다.
강은애(이하 '강'): 4년제 대학에 지원했다가 모두 떨어지니 회의감이 들었다. 전문대학 졸업한 후에 유학을 가고 싶어 관광일어과를 택했다.
사: ‘이’와 ‘김’은4년제 대학을 다시 갔는데, 이유는?
이: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4년제 대학에 가야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일을 하며 방통대를 다녔다.
김: 전문대학을 다니면서 항상 학력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또는 대인관계를 위해 학사학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졸업 후 4년제 대학에 편입했다. 지금은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이 생겨 전문대학을 1년만 더 다니면 되지만, 예전에는 방통대와 4년제 편입밖에 없었다. 대부분 일을 하면서 다니는데, 병행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전문대학 출신으로 학사학위 따는 일은 대학원 석사학위 따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사: ‘강’도 학사학위를 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이: 전문대학에 대한 시선이 바뀌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일하려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 4년제 대학과의 차별 때문인가?이: 전문대학을 나오고 학문에 뜻이 있으면, 대우를 받고자 한다면, 어쩔 수 없이 4년제 대학을 가야 한다. 회사를 2년 동안 다녔는데, 사칙에도 전문대학 출신은 4년제 대학에 비해 호봉 차이가 많이 났었다.
강: 4년제 대학에서 조교로 일할 때 차별을 많이 받았다. 여러 대학 출신 조교들이 있었는데 모두 4년제 대학 출신이었다. 전문대학 출신은 나 혼자였다. 그런데 ‘너는 전문대학 출신이어서 급여를 적게 줄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급여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안타깝고, 화도 많이 났었다.
김: 전문대학 졸업 후 다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했다. 전문대학 나온 기술직과 초봉부터 차이가 나더라. 학력차에 따른 대우가 확실히 달랐다. 같은 자격증이 있어도 그러더라.
사: 같은 자격증이 있어도 차별이 있나?이: 자격증과 상관없이 사회 전반적으로 4년제 대학 출신을 선호한다. 내가 아는 한 치과재료상은 재료개발이나 영업 분야 직원을 뽑을 때 4년제 대학 출신을 더 선호하더라. 전문분야니까 치기공학과 나온 학생들이 비전공자보다 훨씬 나은 데도 말이다.
김: 외국어나 토익·토플을 따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우선이다.
강: 여행사도 마찬가지다. 여행상품을 파는 일 등은 전문대학 관련학과 졸업생보다도 4년제 대학 출신을 더 선호한다.
사: 전문대학에서의 수업은 어땠나? 4년제 대학과의 차이는 있었는지.김: 낮에 일을 하고 야간에는 수업을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 분들이 연세가 꽤 있으셨고, 학업에 임하는 자세가 좋았다. 과의 특성상 3년 뒤 국가고시를 봐야 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수업도 매우 빡빡했다. 4년제 대학은 1~2학년 때 교양과목에 치중하지 않나. 전문대학은 바로 기술을 배운다. 교양 몇 학점 이수 못했을 뿐이지 커리큘럼은 4년제 대학보다 더 엄했다. 4년제 대학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를 거다.
강: 호텔 실습·여행실습 등 실습이 많았다. 똑같은 일본어라도 여러 과목이 있었다. 일어뿐 아니라 영어도 필요하니까 같이 했고,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거 같다.
이: 전문대학도 공부 많이 한다. 간호학과의 경우 국가고시가 치열했다. ‘간호학과는 도서관 전세 냈다’고 하고, 우리 과의 누군가는 자격증 준비하면서 ‘고3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도 갔을 것’이라고 하더라.
사: 전문대학에 다니길 잘했다고 생각한 적은 있나?이: 언니는 4년제 대학 건축학과를, 여동생도 4년제 대학 멀티미디어과를 나왔다. 지금은 둘 다 날 부러워한다. 출산 때문에 일을 그만뒀는데, 다시 회사로 복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언니가 “어떤 대기업에서 아줌마를 쓰겠냐” 한다.
김: 나만의 기술이 있으니 해외에 나가도 먹고살 수 있다. 해외봉사 활동도 하고, 개인 창업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어 좋다. 지금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 중인데, 4년제 대학 출신 친구들이 부러워한다. 눈과 손만 괜찮으면, 기술만 있으면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다.
강: 유학이라든가,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2년밖에 배우질 못해 짧은 감이 있다.
사: 기술을 천시하는 풍토가 있는 것 같다.이: 4년제 대학은 ‘전문대 나오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기술 분야에 대한 폄하가 문제다. 일본이나 독일은 안 그렇다고 들었다. 실제로 이쪽에서 ‘대가’ 칭호를 듣는 사람은 모두 미국이나 호주로 간다. 대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 사회의 시선이 문제라는 이야긴데.김: 우선 대학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 전문대학은 ‘대학’이고 4년제 대학은 ‘대학교’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그러니까 입사 서류를 넣을 때부터 차별이 시작된다. 수업연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만, 그것보다는 명칭이 일종의 족쇄 역할을 하는 것 아닐까. 사회의 시선이 일순간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이 개설되면서 전문대학도 학사학위 수여가 가능케 됐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강: 일본에서는 우리처럼 차별을 심하게 하지 않는다. 장인정신이라든가, 기술에 대한 인정부터 해 줘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소신대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이: 차별 때문에 학교를 선택한다면 그야말로 에너지 소모라 생각한다.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는 전문대학 출신이라는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4년제 대학 학위를 받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따지고 보면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이 나뉘어 있는 상황 자체가 전문대학에 대한 차별이다.
사: ‘에너지 소모’라는 말이 와닿는 것 같다.이: 전문대학에 다녀보니, 전문대학은 뛰어가고 있고, 4년제 대학은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임상경험을 중요시한다. 일례로 전문대학 2년 졸업 후 사회에서 2년 일하면, 오히려 4년제 대학 졸업생보다 빠른 거다. 전문대학 졸업생들이 부족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취업에서는 전문대학이 훨씬 낫다. 대부분 고교 졸업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지 못하고 4년제 대학이냐 전문대학이냐부터 결정한다. 그러니 많이 실패하는 거다.
사: 전문대학 가길 꺼리는 후배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한다.강: 전문대학에서도 열심히 한 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길 바란다. 전문대학 간다고 4년제 대학 갔다가 후회하는 친구들 많이 봤다. 다른 사람의 이목보다 자신의 선택이 중요하다.
김: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공개, 구조조정으로 대학도 어렵다고 들었다. 전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양적·질적 학생 배출이 전문대학 생존의 조건이 아닐까. 4년제 대학에 비해 초라해 보일지라도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더 열심히 해서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면 전문대학 출신이어도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