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호 칼럼
허경호
[허경호 칼럼]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국감'은 국민과 소통의 장 돼야
국민 알 권리 충족 위해 소통의 전형 보여줘야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100일간의 정기국회 회기 동안 20일에 걸쳐 진행되는 국회의 국정감사는 헌법 61조에 명시된 입법부인 국회의 고유한 권한으로 주로 행정부를 감시, 견제하기 위한 기능을 말한다. 국회의원들이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이나 정부위원을 불러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국정 전반에 걸쳐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이것이 다시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의 국정에 대한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국정감사는 국민과의 소통의 장이다. 즉,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에 제출할 것을 요청해 획득하는 자료를 통해 통상 국민에게 알려지기 어려운 다양한 문제점·이슈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무총리에 취임한 김황식 총리의 취임 일성도 소통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국회와의 소통을 강조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민과의 소통 기능을 하는 국정감사의 장이 소통의 전형을 보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정감사에서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생산성이 담보되기 위해서는 현대 의사소통 이론의 핵심개념인 효율성과 적절성을 충족시켜야 한다.
필자가 수년 전에 국회 상임위 속기록에 나타난 의사소통 행위를 분석해 본 결과에 따르면 다양한 회의에서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절차상의 문제, 수사적 오류 및 부적절한 표현 등이 포함된다.
절차상의 문제란 국회가 요구한 자료를 피감기관이 제출하기를 거부하거나 자료가 부실한 경우를 일컫는다. 또한 상대가 발언하는 경우 말을 자르거나 끼어드는 것도 포함된다. 또한 이유 없이 자리를 비우거나 회의장을 떠나 있어 그동안 진행된 내용을 숙지하지 못함으로써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수사적 오류는 근거 없는 결론, 의혹제기, 성급한 일반화, 인신공격, 여론에의 호소, 감정에의 호소, 잘못된 비유, 충격어와 금기어, 흑백논리, 약정질의 등을 들 수 있다. 국정감사의 장에서 의견·주장을 전개하는 과정 중 발생하는 이 같은 오류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려 참·거짓 주장의 구분을 어렵게 한다. 마지막으로 부적절한 표현은 속어와 반말 등이 포함된다.
올해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데 몇몇 상임위에서는 앞서 제시한 문제들이 또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파행으로 표현될 만큼, 고성이 오가고 화가 난 의원이 책상을 치고 위원장은 의사봉으로 응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전반적으로 준비소홀과 재탕, 삼탕의 자료 제출, 호통과 윽박 지르기, 함량미달의 질의 등을 벌써부터 지적하고 있다. 사실 워낙 많은 사안이 짧은 시간에 논의되고 500여 개에 달하는 피감기관의 숫자를 감안할 때 수박 겉핥기 식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감시하고 이를 통해 제기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게 만드는 순기능이 더 크기 때문에 효율성·적절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제기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실시된 9일간의 서해 대잠함 훈련기간 동안 장성 3분의 1이 휴가 중이었다는 사실, 서울대 교수 모교출신 비율이 아직도 88%라는 사실, 국감 불참 증인들의 얼토당토않은 불출석 변명,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상지대 전 이사장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 군복무 중인 현역 장성 자제들의 특혜 사실 등이 이번 국감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국정감사에서 펼쳐지는 소통의 질은 국회의 수준이고 나아가 한 나라 국민의 소통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철저한 준비와 의사소통 기술의 연마로 생산성을 담보하는 국정감사를 이끌고 이를 통해 국회의 품격을 높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경호 칼럼 | 입력 : 10-10-19 오후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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