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눈에 띄게 인문학 부흥을 목격할 수 있어서 흥미롭다. 한마디로 시장에서 반응이 오고 있다는 것인데, 출판계도 이런 현상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발 빠르게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거론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경제가 ‘꿈’을 주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Re : 경제가 꿈을 주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 정말 서늘할 정도로 와닿네요.’
대학가에서 ‘파워 블로거’로 손꼽히는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 블로그(http://wallflower.egloos.com)에 주고받은 글의 일부. 이 교수는 파워 블로거답게 자신의 블로그에 4억 명품녀 사건이나 타블로 논란 등 다양한 사회 이슈를 바로 바로 풀어내 블로그 사회에서 화제다.
‘파워 블로거’ 교수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사회 현상 분석까지 깊은 시각이 담긴 글을 블로그에 올려 인터넷 여론을 형성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파워 블로거 교수들의 블로그는 일반인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파워 블로거는 마광수 연세대 국문과 교수. 마 교수는 한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블로그(http://blog.hani.co.kr/makwangsoo)를 사용하고 있다. 마 교수의 블로그명은 ‘광마방’. 광마방은 하루 평균 방문자가 500명, 누적 방문객도 3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좋다. 마 교수의 블로그를 살펴보면 평소 생활부터 철학까지 엿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 올린 ‘한국 인문학의 위기,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글을 두고 네티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이 눈에 띈다.
마 교수는 “한국 인문학이 처한 위기의 원인은, 사람들이 인문학에 대해서 취미를 못 붙이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문사철(文史哲)이 대중과 융합이 안되고 소수의 지식 귀족들, 쉽게 말해서 대학교 언저리를 다닌 사람들과 대학교수들과 일부 매스컴 종사자들끼리만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웃 블로거인 지두선씨는 “오랜만에 여기서 한국의 인문학, 특히 논문 짜집기와 학자들의 사대성과 부끄러운 지식인의 허망한 권위를 지적하는 일침을 볼 수 있어 모처럼 시원함을 맛봅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소소한 일상생활을 블로그에 담는 교수도 있다.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Cafe Americano : 철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뉴욕’ 블로그(http://newyorkessay.khan.kr)를 통해 안식년의 근황을 전하고 있다. 이 블로그는 김 교수가 현재 New school 연구교수로 가게 된 계기나 번스타인 교수와의 인연 등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올라와 있다. 특히 김 교수가 한 일간지에 꾸준하게 게재한 칼럼을 ‘사유와 성찰’이라는 카테고리에 모아, 이웃 블로거들이 한 눈에 읽을 수 있도록 정리했다.
‘빗물 박사’로 통하는 한무영 서울대 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블로거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교수 블로그(http://blog.daum.net/drrainwater)의 방명록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한 교수의 블로그에는 다른 대학 학생들의 빗물 관련 궁금증과 관련 현업 종사자들의 질문이 쇄도한다. 아울러 ‘빗물이용에 의한 탄소절감방안에 관한 논문’, ‘폐정화조를 사용한 다목적 빗물관리시스템과 경제성평가’ 등 빗물과 관련된 논문도 올려놔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최근 불어 닥친 트위터 열풍 속에서 파워 블로거 교수들이 블로그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글을 올리면서 상호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가 감성적이라면 블로그는 정보나 생각을 전달하면서 댓글을 통해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트위터가 140자 내외의 제한된 글자 수로 감성적인 소통을 강조한다면 블로그는 잘 정돈된 글(생각)이나 정보를 퍼블리싱하는 데 좀 더 집중한다”며 “특히 블로그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파워 블로거 일수록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면서 블로그도 다양하게 변하기 때문에 인기가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