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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졸업장=자격증’제도 시기상조
인하대 서승직 건축학부 교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내년부터 전국 전문대학과 특성화고 졸업생에게 시험 없이 각각 산업기사와 기능사 국가기술자격증을 졸업과 동시에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기능사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해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너무나도 과중해 공정한 사회의 관점에서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한다. 교육의 본질적 관점에서 볼 때 ‘졸업장=자격증’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환영할 일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직업교육 선진국들은 졸업시험이 곧 자격증 취득시험으로 정착돼 있다. 프랑스의 6년제 건축대학의 경우 졸업시험에 합격하면 졸업장으로 정부공인 건축사 면허증(DPLG-Diplome Par Le Gouvernement)을 준다.

‘졸업장=자격증’ 제도는 우리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다. 또한 전문대학과 전문계고의 본질회복이라는 의미에서도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이 장관의 발표는 교육정서와 직업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놓은 임기응변적 정책시행으로 보여 당혹스럽다. 제도시행 목적이 단지 사육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자격증을 시험 없이 준다는 것은 우리의 교육여건상 교육의 근간을 흔들 만큼 심각한 문제점이 더 많이 내포돼 있다. 우선 인증은 거친다 하더라도 천차만별의 학교 수준 차이를 무시하고 졸업만 하면 주어질 자격증이 과연 ‘자격증=취업보장’과 같은 희망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직업교육의 하향평준화로 인한 기능경시 풍조와 이공계 기피를 더욱 심화시킬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말대로 장마 때 정작 먹을 물이 없는 것처럼 사람이 넘쳐나도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현실에 비춰볼 때 자격증을 제대로 인정할지도 의문이다. 당장 보이는 문제해결 방안이 교육의 본질을 망칠 수 있는 정책으로 보여 심히 염려된다. 이는 마치 겉으로 보이는 현상만으로 본질을 치유하려는 근시안적 교육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교과부가 직업교육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무엇보다도 전문계고와 전문대학이 본질을 벗어나 연계교육기관으로 전락한 이유부터 제대로 살펴 치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문계고를 연계교육기관으로 전락시킨 가장 큰 이유가 분별 없는 전문대학 난립 때문이라는 일선 전문계고 경영자의 목소리는 결코 헛된 탄식이 아니다. 교육의 모든 것이 대학으로 통하는 대학 만능의 교육정서는 분별 없는 각종 대학 난립과 실속 없는 대학진학으로 이어져 ‘대학졸업장=실업자’ 라는 현실은 정말 안타까운 국력 손실이다. 이는 학벌이 결코 경쟁력이 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다. 400여 개교에 육박하는 각종 대학의 난립은 설립 목적에 충실하기보다는 학벌 만능의 교육정서를 더욱 부채질하는 오직 '보여 주기'식의 실속 없는 포장의 변화에만 경쟁적으로 몰두해 있다.

이 모든 것은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킨 아이러니로 교육이 교육을 망치게 한 표본이다. 원칙도 없이 오직 교육정서에만 편승해 교육당국과 교육기관이 공조해 만든 잘못된 정책의 결과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맞이한 우리의 현실은 기능경시 풍조와 이공계 기피로 그야말로 직업교육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고질적인 교육정서를 타파하려는 의지의 부족과 직업교육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정책의 부재 때문이다. 준비도 안 된 부실한 직업교육 시스템 속에서 ‘졸업장=자격증’ 제도는 정말 시기상조다.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한 제도라면 제대로 실력을 갖춘 사람을 육성하는 일이 우선이며 그리고 자격증이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목표이자 희망인 ‘졸업장=자격증’이 곧 ‘자격증=취업보장’이 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 시스템의 본질의 개선이 더 시급하다. 그리고 ‘실력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만연된 교육정서도 타파돼야 정착될 수 있는 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10-10-25 오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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