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행정학회(회장 김태룡)가 지난 25일 정책 토론회를 열어 국내박사 할당제(쿼터제)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대학의 해외 박사 선호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학문발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토론회에선 국내 박사 출신의 교수 임용을 늘리기 위한 법률 초안도 제시됐다.
이날 오후 3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태룡 한국행정학회장은 “국내 석·박사과정에서 학생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을 교육해야 할 국내박사 출신 학자들을 거의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대신 이를 영·미권 국가에서 수학한 학자들로 모두를 채우고 있어 학문후속세대의 균형적 양산이라는 관점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발제(국내박사 쿼터제 도입방안)을 맡은 명승환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2010년도 하반기 115개 4년제 대학에서 910명의 교수를 새로 초빙했고, 이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745명(81.0%)이며, 국내 박사(372명, 49.9%)와 국외 박사(373명, 50.1%)도 비슷한 비중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국내 박사를 주로 임용하는 의·약학 분야를 제외하면, 박사학위 소지자(635명) 중 국내 박사는 273명(43.0%), 국외 박사는 362명(57.0%)이었다”고 밝혔다.
명 교수는 “대학들이 해외 박사를 선호하는 것은 선진화된 교육·연구 시스템에 대한 신뢰, 국제적 경험과 네트워크, 대학 인지도 상승 때문”이라며 “선진화된 교육·연구 시스템에 대한 신뢰 때문에 해외 박사를 선호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대학들이 자교의 학사관리를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대학원 박사학위를 취득해도 대학 교수임용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박사과정에 진학할 이유가 없다”며 “학문적 주권회복과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법제적 기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명 교수는 ‘국내 박사학위자 임용평등에 관한 법률(가칭)’ 초안을 제시했다. 법안은 △교수 임용 시 국내 박사 학위 취득자의 평등한 기회 보장 △국내 박사 학위자의 교수 임용에 대한 교육기관의 적극적 임용개선 조치 △국내 박사 취득자 차별개선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정기적 조사 등을 골자로 한다. 교수 임용 시 국내박사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고, 학문 발전을 위한 국내박사 교수 임용 촉진을 명문화 한 것이다.
이어진 토론에선 법률안에 대한 미비점이 지적됐고, 제도 도입에 대한 접근 방식이 제시됐다. 임순광 한국 비정규교수노조 사무처장은 “국내박사 쿼터제는 대학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전반에 걸쳐 실시될 필요가 있다”며 “대학들이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여 교수 채용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사무처장은 또 법률안이 차별적 조치로 규정한 ‘학위 취득 국가 등의 사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임용 또는 근로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에 대해 “법률안이 명시한 ‘합리적 이유’는 대단히 포괄적일 수 있어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별적 조치’를 규정함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차별’에 해당하는 지 보다 구체성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내 박사 쿼터제는 국내박사에 대한 차별 금지나 임용 개선 보다는 우리나라 학문의 근간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한다”며 “대학원에 우수 인재를 유치, 학문후속세대를 살리자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만약 국내 박사쿼터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해외 유학을 가는 편이 교수될 확률이 더 높다”며 “국내 박사 채용비율을 늘려 국내 대학원에 우수인재가 들어오고, 이들이 교수로 채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대학원 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우윤근 위원장(민주당)은 환영사를 통해 “그간 국내·국외 학위 취득자에 대한 유·무형의 차별이 존재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왔으며, 이는 곧 우리 고등교육 시스템의 심각한 위기로 지적됐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정책과 법률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