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말 갑작스럽게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가져야 했을 때 사진은 나를 한곳으로 몰입시킬 수 있는 귀한 선물을 주었다.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과 활력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마 사진 찍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매우 어려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회상해 보기도 한다.”

▲ 왼쪽부터 선우중호 광주과기원 총장, 오영교 동국대 총장, 김혁종 광주대 총장, 전호종 조선대 총장, 전운기 한기대 총장.지난해 선우중호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이 내놓은 사진집
의 일부다. 선우 총장은 1998년 딸의 고액과외 사건으로 임기도중 서울대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그 길로 중앙대 사진아카데미에 등록해 2년간 사진을 배우며 힘든 시간을 이겨냈고, 이후 2000년 명지대 총장, 2008년에는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이라는 취미를 통해 개인적인 어려움을 현명하게 극복한 케이스다.
대학을 이끄는 총장의 이미지는 다소 딱딱하고 다가가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총장의 딱딱한 이미지는 취미와 만나면서 한층 연해진다. 취미를 통해서 대학 구성원과 스킨십을 나누기도 하고, 대학 캠퍼스를 아름답게 꾸미는데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오영교 동국대 총장은 잘 알려진 등산마니아다. 산 중에서도 고향인 충남에 위치한 ‘칠갑산’을 가장 좋아한다. 나고 자란 고향산을 오를 때 가장 큰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오 총장은 1년에 한번씩 동국대 동문 모임인 ‘아너스 클럽’에 참가해 함께 산을 오르며 대학 구성원들과 친밀감을 다진다. 또 지난 4월에는 4·19혁명 기념 추모행사와 등산을 연계해 ‘제 50주년 4·19혁명 기념 추모식 및 제 41회 동국인 등산대회’를 열어 학생 및 교직원과 동문을 비롯해 3000명이 함께 북한산 오르기도 했다.
김혁종 광주대 총장은 축제 때마다 ‘총장주막’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 메뉴는 ‘매운 닭발’과 ‘전어구이’. 김 총장은 미국 유학시절 같이 놀러온 후배들에게 밥을 챙겨주다가 요리에 취미를 붙였다. 총장주막을 운영한 수익금은 수재의연금이나 학생들의 장학금 등으로 사용한다.
광주대 측은 “작년에는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총장주막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수재민발생 등 도와야 할 일이 생긴다면 언제라도 다시 총장주막을 다시 열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지금도 가끔 시장에 들러 미꾸라지를 구입해 추어탕을 만들어 가족이나 학교 교직원과도 함께 먹는다고 한다.
전호종 조선대 총장의 ‘꽃 사랑’은 개인의 취미가 대학을 아름답게 바꾼 경우다. 의사 출신인 전 총장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의사들의 정서순화를 위해 꽃을 심으면서 본격적으로 취미를 붙이게 됐다. 의대학장 시절에도 직접 발전기금을 모아 의대 앞에 ‘장미원’을 조성했으며, 총장이 된 후엔 지금의 규모인 8299㎡(2510평)로 확장시켰다.
조경관리를 맡고 있는 직원 박경태 씨는 “전 총장님은 장미원 주위를 지나가실 때면 항상 발걸음을 멈추고 꽃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신다”고 말했다. 현재 조선대 장미원에는 227종 1만8000여 주의 장미가 자라고 있다.
취임식 날 취미로 익힌 색소폰 연주로 인사를 대신하고 가을축제에는 자신이 속한 동호인악단과 공연을 하고 노래까지 불러 인기를 모은 전운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도 개인적인 취미를 대학 구성원과 친해지는 데 활용한 예다.
총장들의 취미에 대해 학내 구성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총장들의 취미를 통해 학내 구성원과의 친밀감도 높아지고, 대학이 아름답게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선대 측은 “장미원을 학생들도 좋아하지만 광주시민들도 좋아해 멀리서 놀러 오기도 한다”며 “총장의 취미가 학교발전 뿐 아니라 지역의 발전도 이끈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광주대 관계자는 “딱딱한 총장이미지에서 요리하는 친근한 이미지로 변모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