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혜남 현장대변인(서울 문일고 교사) 21세기 초정보화 시대에는 단순한 지식의 암기와 반복에 익숙한 학생보다는 다양한 능력과 경험을 갖춘 학생이 선호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의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서열화, 점수화라는 교육의 경직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학생의 다양한 재능, 잠재력, 성장가능성을 반영하여 선발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가 입학사정관 전형이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를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구원투수로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요 맹신이다.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이나 객관성등 해결해야 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모 대학의 입학사정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학생부를 살펴보는 중 ‘결과’이라는 말이 쓰여 있는 것을 보고 그 의미를 몰라 설명을 부탁했다. 빙산의 일각이지만 입학사정관의 현장 경험부족으로 인한 전문성 시비의 단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뒤로 입학사정관들이 현장교사로부터 학생부를 공부하는 모습을 목도하기도 했다.
대학에 갈 때마다 만나는 입학사정관들은 현장경험을 찾아보기 힘들어 더욱 현장경험이 풍부하고, 경륜과 인품을 갖춘 현직교사 출신이나 교장선생님출신들이 선발된다면 전문성과 공정성이 더 보강이 되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모 대학에 위촉사정관으로 심사를 간 적이 있었다. 5명이 한 개조로 7개 조가 구성되어 각각 5명의 학생을 심사했는데 7개 조의 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심사한 점수가 전부 다르게 나왔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에 입학사정관의 주관성과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물론 대학들이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수의 입학사정관에 의한 다단계 선발 절차등의 장치를 마련해 놓기도 하고, 입학사정관의 점수 중 최고·최저점수를 빼는 등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선발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투명한 것이 반드시 공정한 것은 아니라는 옹골찬 주장을 굽히고 선발기준과 결과를 명확히 공개되기 전에는 공정한 평가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힘들 것이다.
한 대학에서 내신이 6등급인 학생이 학업성취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어 불합격 되었지만 특정 특기가 있다는 이유로 다른 대학에서는 받아들여졌다. 바로 대학이 선호하는 학생이 선발되는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특정 전형에서는 특목고 학생의 비율이 60~70%에 이르기도 한다. 더우기 중상위권의 대학도 2등급 내외는 되어야 바라볼 수 있고, 최상위권의 대학은 1,2~1.4등급은 되어야 할 정도로 내신 최상위권 학생들의 잔치가 되어가고 있다. 지역별 할당제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 공허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입학사정관제도 시행 초기에 많은 대학들이 이 제도에 시큰둥했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예산을 지원해주니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같은 맥락에서 사업비 지원이 담보되지 않아도 이 제도가 꿋꿋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입학사정관제가 수험생의 입시부담과 사교육 의존도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로 출발했지만,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초등학교부터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컨설팅을 받지 않고서는 접근하기 힘든, 공정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사전 출발부터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에 공정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인식이 든다.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두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 공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편향된 확신에서 나오는 교육실험은 교육소비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10월 19일 한국교총, 한국교육학회, 한국교원교육학회, 한국정책학회, 한국행정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후반기 이명박 정부, 공정사회를 위한 교육과제 대토론회’에서 발표된 학자?교수 및 교원그룹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입증된다. 즉, 설문조사 결과 입학사정관제 확대에 대해 ‘특혜시비 등의 우려가 있어 공정한 사회와 배치될 수 있다’는 의견(교수·학자 61.6%, 교원 70,4%)이 ‘잠재력 있는 학생 선발 등 공정한 사회를 구현할 정책이다’는 의견(교수·학자 38.4%, 교원 29.6%) 보다 많아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 확보 문제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입학사정관제의 속도조절 및 공정성 확보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입학사정관제도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나, 문제는 이를 제대로 구현할 방안 마련과 속도조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