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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사우디 개척 시작됐다
국민대, 고려대 제치고 유학생 ‘1위’
준비과정 개설하고 환경 마련해줘야


그동안 ‘불모지’로 취급받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교류가 활기를 띄고 있다. 칼리드 알 안카리(Khaled bin Mohammad Al-Anqari) 사우디아라비아 고등교육부 장관(사진 오른쪽) 일행이 지난달 25일 교과부 초청으로 방한해 국민대·KAIST·고려대 총장들을 만나 MOU를 맺은 일이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블루오션’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유학생 유치 싸움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국민대, 사우디 개척 선두=사우디 시장 개척의 선두에 선 대학으로는 단연 국민대(총장 이성우, 사진 왼쪽)를 꼽을 수 있다. 사우디 문화원에 따르면,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사우디 학생 영입에 나선 국민대는 현재 16명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사우디 학생 숫자가 줄어들은 연세대나 고려대에 비해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로는 지난달 25일 안카리 장관을 비롯해 중동권 최고 명문대인 킹사우드대(King Saud University)의 압둘라 알 오트만(Abdullah bin Abdularhman Al-Othman) 총장 등 사우디 주요 대학 총장과 사우디 정부 고위급 인사, 주한 사우디대사 등이 국민대를 방문한 일이다.

특히, 이날 사우디 고등교육부 장관에 대한 명예학위 수여식도 열렸는데, 사우디 장관에 대한 명예박사학위 수여는 동아시아권에서는 최초다. 이와 같은 성과에 대해 국민대는 “이성우 총장이 그동안 사우디와의 교류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결실을 거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지난 1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제1회 고등교육박람회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하면서 강력한 ‘사우디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외교관’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벌여 왔다.

정승렬 대외교류처장은 이에 대해 “키노트 스피치에서 한국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고, 고등교육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발표했는데 사우디 쪽에서 상당한 화제였다”며 “대부분 대학들이 ‘아카데미’나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한 데 반해, 사우디를 한국의 50년 발전상을 전해 줄 타깃으로 놓고 전략을 짠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당시 행사기간 중 다수의 중동권 대학들과 MOU를 맺고 중동권 대학들이 관심을 갖는 IT분야 인프라 구축에 대한 실무적인 논의들을 진행해 왔다. 이어 지난 4월 사우디 고등교육부가 한국 주요 대학 방문단을 초청할 때에도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킹사우드대와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명예박사학위 수여 이외에 거둔 성과들도 상당하다. 학술교류협력 협약에 의거해 실질적인 자동차공학 분야 학술교류를 시작하는 ‘국민대-킹사우드대학 자동차공학 공동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하는 등 향후 전망도 밝다. 정 처장은 이에 대해 “에이전트를 통해 유학생을 데려오는 것은 그야말로 ‘로우레벨 어프로치’”라면서 “사우디 장관이 향후 학생 700~800명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그건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다. 진짜 결과는 대학 내에 리서치센터를 설립하고, 펀딩을 받으며 합작으로 연구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해 지적재산권이나 연구결과를 공유하면서 나오는 성과들이 엄청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 국내대학 커리큘럼 강요 문제=국민대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에 대해서는 “사우디 문화를 많이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대의 경우 사우디 유학생들을 위한 100평방미터 규모의 ‘사우디클럽’을 조성했다. 세미나실, 기도공간, 휴식공간으로 구성, 각종 휴게공간을 마련해 놨다.

이 밖에 ‘Preparatory과정(준비과정)’을 마련, 사우디 유학생들이 대학의 커리큘럼에 적응토록 배려하고 있다. 특히, Preparatory과정은 지난 2007년부터 사우디와의 관계가 시작되면서 계속해서 요구됐던 것이지만, 현재까지 국민대와 단국대에만 개설돼 있다. 수학·물리·화학 기초상식을 가르치는 2~3년 동안 Preparatory과정을 갖추지 않고 사우디 학생들을 영입했던 대학의 유학생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우디 학생들을 배려해야 하는데, 사실상 대학이 이들을 방치하고 국내 대학 실정만 강요한 게 문제라는 것.

사우디 문화원의 김미녕 아카데믹 어드바이저는 “지난 2007년 사우디 문화에 대한 생각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을 받은 게 가장 큰 실수”라면서 “사우디 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1년은 영어, 1년은 준비 공부를 하는 과정이 있다. 아울러 대학에 입학하면 숙식은 물론 용돈이 나오는 등 기본적인 학생 서비스가 탄탄한데, 우리나라 대학은 그저 유학생만 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대학들은 너무나 배타적이다. 지난 2007년 사우디에서 350명의 학생을 보내주겠다 했는데 여태껏 70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정원 외에 학생들을 보내주겠다 해도 “왜 우리가 사우디 학생들을 받아야 하느냐”라고 말하는 관계자도 있다는 게 김 어드바이저의 설명이다.

언어 문제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김 어드바이저는 “영어를 쓰는 과정은 잘 따라가지만 한국어로 공부해야 하는 과정은 ‘레벨4’까지 맞춰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사우디 유학생 숫자가 10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었는데, 어학당에서 공부를 해도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이 결국 사우디로 돌아가 버리기도 했다. 이를 위해 튜터링 제도를 운영하는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지만, 대학들이 이를 외면한다는 것. Preparatory과정을 정착시킨 중국은 현재 600여 명, 일본은 350여 명의 사우디 유학생을 보유 중이다.

사우디 학생 유치에 대한 각종 파생 효과를 고려할 때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런 이유다. 김 어드바이저는 “사우디의 경우 대학에 대한 투자 규모 자체가 우리와 크게 다르다. 한 번 좋은 관계가 시작되면 상당한 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는데 대학들이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지난 2007년 12월 세계 초일류 교수진과 학생을 유치하는 데 쓰라며 대학측에 10조4300억원의 거금을 쾌척하는 등 대학 키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10-11-01 오후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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