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인근에서 25년간 하숙집을 운영해온 여주인이 대학 측에 1억 원을 쾌척했다.
미담의 주인공은 하숙집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필금(55) 씨(사진 아랫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그는 3일 고려대 총장실을 찾아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고려대는 최 씨의 기부금을 일반 발전기금과 함께 운초우선교육관(사범대학) 기금으로 사용키로 했다. 최 씨의 뜻을 기려 운초우선교육관 308호를 ‘유정 최필금 강의실’이라 이름짓는 현판식도 이날 함께 열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졸업한 최 씨는 23살에 맨몸으로 상경했다. 시장에서 라면을 끓여 팔고 밥을 지어가 낚시꾼들에게 팔기도 했다. 고생길 속에서도 상황이 나아지면 형편이 어렵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게 하숙집 운영이었다. 고려대 주변에 세를 얻어 방 7칸, 하숙생 10명으로 하숙집을 시작해 어느덧 25년째를 맞았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하나하나 보살피는 게 그에게는 큰 만족이었다. 최 씨는 “열심히 공부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숙을 선택했다”며 “학생들 밥 지어주고 방 따뜻하게 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위기도 있었다. 하숙집 건물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 씨는 학생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하숙을 포기하지 않았다. 빚을 내 본인 명의의 하숙집을 지었고, 학생 하숙과 함께 아기 돌보는 일까지 겸하며 하숙생만 100여 명에 달하는 지금에 이르렀다.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남았지만 매달 30만 원씩 꼬박꼬박 모은 곗돈을 탔을 때 최 씨는 고려대 학생들이 먼저 떠올랐다. 학생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이 차곡차곡 쌓인 탓이다. 15년 전부터는 고려대 근처에 식당을 냈다. 하숙생 뿐 아니라 고려대생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단다. 4년 전부터는 고려대 운동부 선수들의 아침 식사 준비도 최 씨의 몫이 됐다.
최 씨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근의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들을 앞서 챙겼다. 우연히 한 종암중 교사에게 아직도 밥을 굶는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 2004년부터 20명의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연 400만 원 가량을 후원해왔다. 성북구 노인복지회관에 쌀과 떡을 보내주는가 하면, 매달 독거노인들의 생일을 챙겨 식당에서 불고기 파티를 열기도 한다.
발전기금 전달식에서 최 씨는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좀 더 서로를 아꼈으면 한다. 졸업한 후 사회에 진출한 하숙생들이 잊지 않고 찾아와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면서 “어려운 학생들이 있다면 돈을 받지 않고 하숙집에 들이고, 장학금도 후원할 생각이다. 힘이 닿는 한 하숙집과 식당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