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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대기업 ‘맞춤형 인재 육성’ 장단은?
삼성전자 등과 협력 사례 증가 … ‘윈윈’ 효과 톡톡
중소기업 기피 현상 심화, 위화감 조성 등은 ‘부작용’
대학·대기업 간 맞춤형 인재 육성에 활기가 돌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실무형 인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 인력 양성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과의 맞춤형 인재 육성으로 대학은 취업률·입시 점수 상승, 대외 이미지 제고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긍정적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 심화, 위화감 조성 등은 우려점으로 거론된다.

■맞춤형 교육으로 대기업 ‘취업 보장’

최근 졸업 후 취업 보장을 조건으로 맞춤형 인재 육성에 협력하는 대학·대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최근 10개월여 동안만도 삼성전자·포스코·LG이노텍 등의 대기업과 대학 간 맞춤형 인재 양성 협약이 잇따랐다.

우선 지난달에는 순천대·포스코(광양제철소), 9월에는 전남대·삼성전자, 서강대·LG이노텍 등이 맞춤형 인재 육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또 앞서 지난 7월에는 경북대·삼성전자, KAIST·LG이노텍, 6월에는 성균관대·삼성SDI, 2월에는 부산대·삼성전기, 건국대·코오롱 등이 맞춤형 인재 양성에 협력키로 합의했다.

협약에 의해 대학들은 학부·대학원에 해당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해 별도의 학과(계약학과)·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우수 학생을 선발해 교육한다. 또 기업은 장학금 등으로 대학의 맞춤형 학과·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한 뒤, 이를 통해 배출된 인재를 자사 직원으로 채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은 전남대는 내년 1학기부터 △IT과정 △가전기구과정 △LCD설계·공정과정 △금형개발과정 등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맞춤형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개설·운영하고, 기업에선 매년 학생 40명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지원한 뒤 프로그램 수료자에게 입사 혜택을 준다. 경북대도 내년 1학기 정원 30명 규모의 모바일공학과를 신설, 맞춤형 인재를 양성한다. 또 부산대는 이번 학기부터 삼성전기와의 계약학과인 차세대 전자기판회로학과를 대학원 석사과정에 개설·운영 중이다.

경북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계약학과 제도가 처음 시행된 것은 2004년이지만 활성화되기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부터 계약학과 제도 개선 방안을 시행하고 있는데, 학과 개설로 인한 대학·기업의 부담이 많이 줄었다”며 “대학·대기업 간 맞춤형 인재 양성 사례 증가에 계약학과 제도 개선이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학·대기업 간 맞춤형 인재 양성 현황
대학기업맞춤형 인재 양성 학과·프로그램
건국대코오롱미래에너지학과
부산대삼성전기차세대 전자기판회로학과
성균관대삼성SDI전지 맞춤형 교육과정 프로그램
KAISTLG이노텍LED 분야 맞춤형 산학교육 프로그램
경북대삼성전자모바일공학과
서강대LG이노텍맞춤형 인재양성 산학 트랙 
전남대삼성전자삼성전자 맞춤형 인재 육성 프로그램
순천대포스코기업 맞춤형 인재양성 프로그램
(최근 10개월 내 협약 체결)

■대학은 취업난, 기업은 인재난 해소

현재 맞춤형 인재 육성은 기업의 인재난과 대학의 취업난을 동시에 해소하는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의 맞춤형 인재 양성을 통해 대학은 대외 이미지 제고, 입시 점수 상승 등의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김윤수 전남대 총장은 삼성전자와의 협약 당시 “삼성전자와의 협약은 기업·대학이 ‘상생’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들을 전략적으로 육성함으로써 대학은 학생들의 진로 결정과 취업 보장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기업은 우수 인재를 선점하고 대졸자에 대한 재교육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포스코와 협약을 맺은 임상규 순천대 총장은 “이번 협약으로 포스코는 우수 인재를 조기에 확보·관리함으로써 신입사원 교육비용을 절감하고, 지역사회 발전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며 “더불어 순천대는 세계적 기업인 포스코에 졸업생의 취업 기회를 늘림으로써, 우수 신입생을 유치하는 데 탄력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기업이 지방대와 맞춤형 인재 육성에 관한 협약을 맺을 경우, 해당 지역 지사에서 근무할 우수 인력을 선점하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다. 수도권 대학 출신자들을 지방 지사로 파견하면 부적응 등의 문제로 금세 사직서를 제출하곤 하는데, 지방대 학생들은 해당 지역에 익숙하기 때문에 정착도 잘하고 근무 기간도 길다.

삼성전기 인사팀 관계자는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에 기판사업부 본부를 두고 있다. 우수한 지역 인재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부산대와 운영 중인 차세대 전자기판회로학과가 삼성전기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울상’ … ‘위화감 조성’ 우려도

이처럼 대학·대기업 간 맞춤형 인재 양성이 활성화되면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들이 발생하고 있으나, 일각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학생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 심화, 위화감 조성 등에 대한 염려가 깊다.

계약학과 개설을 준비 중인 한 대학 교수는 “대기업과의 협약으로 학생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돼 기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화될까 걱정스런 마음도 든다”며 “협약 혜택은 일부 학과 학생들에게 주어지지만, 어쨌거나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길이 학내에 있다고 생각하면 타 전공자들도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소규모 제조업체 사장 허 모씨(56)는 “취업난, 취업난 하지만, 대졸자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은 신규 직원을 뽑고 싶어도, 오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대기업들이 인재 발굴에 점점 더 능동적으로 나서고 있어 중소기업의 우수 인력 확보는 한층 어려워질 것 같다. 답답하고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대학·대기업 간 맞춤형 인재 양성이 대부분 공학·기술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타 전공 학생들이 위화감을 느끼는 것도 문제다. 대다수 학생들의 입장에선 특정 전공자에게만 대기업 입사 혜택이 주어지는 게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상위권 대학 인문대 4학년 윤정현(가명)씨는 “대학·대기업의 맞춤형 인재 육성은 공학·기술 분야에만 몰려 있다”며 “요즘 대기업들의 상반기 공채가 한창이고, 여기저기 원서를 많이 넣었는데 계속 낙방하고 있다. 공대 친구들이 원서 넣을 기업이 더 많다는 점, 대기업 맞춤형 인재 육성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하니 인문학을 전공으로 택했던 게 너무 후회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10-11-09 오전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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