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김 광 명(숭실대교수, 철학)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존재다. 잘 산다는 것과 잘 죽는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잘 죽기 위해 잘 살려고 애쓰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인 자살(自殺)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 주며, 지금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자살을 하는 까닭은 우울증이나 약물중독 혹은 견디기 힘든 한계상황 또는 불명예로 인한 스트레스 등 매우 다양하며, 심적·물리적·신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거나 절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고 보여진다. 최근의 우리나라 통계에 따르면,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사무직 종사자로 알려져 있으나, 서비스업·전문직·무직·학생·관리직·단순 노무자·농림어업 종사자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 또한 교수사회에도 종종 자살 소식이 들린다. 특히 전문적 식견의 소유자이자 사회지도층인 교수인 경우, 사회 일반에 미치는 파장과 충격이 매우 크다.
어떤 경우에 자살을 선택하는 것일까. 개인이 처한 환경은 사회의 통합 정도나 규제 정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는 자살이 개인적·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 사회학자는 자살에 대한 관점을 밝히면서 사회적 양극화, 끝없는 인간의 욕망, 도덕적 위기를 그 주된 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문화·종교·법·사회제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자살행위를 죄나 부도덕한 행위로 여기며, 일부 법체계에서도 범죄로 보고 있다. 어떤 문화에서는 깊은 자괴감에서 벗어나야 하거나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로서 명예로운 행위로 보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로서 생명경시요, 스스로의 삶에 대한 부정인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사회학적 연구 방법에 따라 19세기 말 유럽 사회에 만연한 자살의 원인을 다루면서 자살을 개인의 심리적 원인만으로는 해명할 수 없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설명한 바 있다. '사회가 병이 들면 개인도 병이 든다‘는 것이 그가 던지는 주된 메시지다. 요즈음처럼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업적과 일의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구조적인 사회에서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심한 갈등과 소외를 겪을 수밖에 없다. 다른 개인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소외된 개인은 아노미에 빠져 자살의 유혹을 견뎌내기 힘들다. 교수의 경우, 재임용과 재계약을 위해 또는 학자적 명분을 위해 연구업적의 결과주의나 성과주의의 압박에서 오는 스트레스, 학문 전문분야 간의 소통 부재에서 오는 편견과 갈등, 이로 인한 소외감은 삶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가져오고, 때로는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일로 이어진다.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자살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이며, 전문가들은 환자의 자살 징후를 감지하기 위한 여러 훈련을 받고 있다. 그리하여 자살을 시도했거나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사람을 응급 진료의 대상으로 판단해 예방에 나서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삶에 아무런 의미나 가치도 없다는 부조리한 생각, 염세적·비관적 삶의 태도나 허무주의를 넘어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일이 중요하다. 나아가 서로의 신뢰와 소통에 바탕을 둔 사회구성원 간의 긴밀한 유대관계의 유지 또는 회복이 절실히 필요하다.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함께 꾸려 가는 일은 우리 모든 조직구성원의 과제요, 인간된 도리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