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들의 무너진 성윤리 의식으로 대학이 골병을 앓고 있다. 은밀한 곳에서 공공연히 행해지는 교수·제자 간 불륜, 학생 성추행 등으로 대학은 상아탑으로서의 위엄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이에 각 대학 내에서는 “교수들 스스로가 윤리 의식을 정비하고, 다양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나랑 모텔 가면 A+ 줄게” = 교수들의 무너진 성윤리 의식이 문제가 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꾸준한 문제 제기에도 교수·제자 간 불륜, 학생 성추행 등은 더욱 극심해져 가는 형국이다. 다음은 본지가 단독 취재한 최근 1년 여간 전국 대학에서 발생한 불륜, 성추행 주요 사례들.
#사례1. 올해 상반기 서울 S대에서는 학내 N교수가 제자와 수년 간 내연 관계를 유지해온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일었다. 유부남인 N교수가 현재 박사과정에 재학하고 있는 여학생과 학부생 때부터 10년 가까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온 것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해당 여학생이 N교수로 인해 중절수술까지 받은 적이 있다는 학내 진술이 잇따랐다는 점이다. N교수의 동료 교수는 “N교수가 우리 학과 모 교수에게 오랫동안의 불륜 사실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며 “어떻게 이처럼 비윤리적인 일들이 가장 깨끗하고 도덕적이어야 할 교육 기관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정말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사례2. 지난해 여름 서울 S여대를 졸업한 박모씨(26)는 대학시절을 회상하면 끔찍하다. 대학 재학 중 수시로 전공 교수에게 “모텔에 가자, 학점 잘 줄께”라는 이야기를 들어야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 같은 교수의 요구를 강경히 거절했고, 매학기 해당 교수의 수업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성적을 받았다. 박씨는 “학과 내 많은 학생들이 해당 교수로부터 ‘모텔 가자’라는 말을 들었다. 술자리에서 해당 교수와 사라진 친구들은 실제로도 높은 학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부당한 학점을 받고도 왜 항의하지 않았냐’고 묻는데, 학생이 교수와 싸워서 이길 수 있겠나. 그 정도 선에서 참고 넘어가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례3. 이달 2일 서울 S대 정문에서 대학원생 김모씨의 어머니가 K교수가 자신의 딸을 버렸다며 교수직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김씨의 어머니에 의하면 K교수와 제자인 김씨는 서로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불륜 관계로 지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느 날 K교수가 돌연 이별을 선언했고, 이에 격분한 김씨는 몸져눕고 이혼까지 당하게 됐다는 것. 김씨의 어머니는 “이 모든 게 K교수 때문”이라며 “K교수는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례4. 지난해 하반기 지방 K대가 뒤집혔다. 학내 L교수가 무려 5명의 대학원생을 연달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당 대학원생들에 따르면 L교수는 학생들에게 술을 먹여 잠들게 한 뒤, 신체를 더듬고 카메라 등으로 일부를 촬영하려 했다. K대 대학원생은 “피해자는 5명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며 “교수의 보복 등이 두려워 성추행을 당하고도 나서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근 지방 C대에선 한 교수가 술에 취한 제자를 모텔로 끌고 가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 윤리 의식 정비하고 방지책 마련해야 = 교수·제자 간 불륜, 학생 성추행 등이 만연하다 보니, ‘죄 없는’ 남성 교수들은 여학생들과의 대화조차 부담스럽다. 여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자칫 성추행범이라는 누명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방 K대 한 남성 교수는 “이 대학, 저 대학에서 비윤리적인 사건들이 자꾸 일어나다보니 여학생들이 상당히 민감해져 있다. 최근에는 멘토링 프로그램 때문에 연구실에서 한 여학생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서로가 괜히 불편해 제대로 된 상담이 불가능할 정도였다”며 “여학생들이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니 털끝이라도 스쳤다간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또 서울 S여대 한 교수는 “조교·학생과 단 둘이 있을 경우, 연구실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또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채점할 때 보통 대학원생 조교와 함께하곤 하는데, 여러 명을 동시에 부른다”며 “여학생과 단 둘이 연구실에 있으면서 본의 아니게 생기는 오해를 차단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학가의 성윤리 의식 붕괴로 상아탑의 본질에 타격을 입히고 사제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례들이 발생하자, 각 대학 내에선 교수들의 윤리 의식 제고와 함께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하고, 건전한 사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방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한 대학 인문대 교수는 “윤리 의식이 부족한 선생을 두둔해서는 안 되겠지만, 요즘 남성 교수들 중 상당수가 기러기 아빠다. 또 교수 사회의 특성상 혼자서 연구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 외로울 때가 참 많다”며 “대학 차원에서 교수 간 멘토링 제도, 교수 커뮤니티 등을 운영해 준다면 불미스런 일을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이 단순한 동료를 넘어 인간적인 유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지방 한 대학 교수는 “교수·학생에게 성과 관련된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상담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학내 기구가 필요하다. 현재 각 대학마다 양성평등위원회(혹은 유사 기구)가 설치돼 있지만 명목뿐이어서 전혀 실효성이 없는 실정”이라며 “이와 함께 많은 대학들이 불륜, 성추행 등을 저지른 교수에게 가벼운 처벌만을 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은데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학의 품격을 지키고, 타 교수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중징계를 내려 엄중히 처벌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현희·이정혁 기자 mhhph·blinddance@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