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4년제 대학 평가·인증기관(이하 인증기관)으로 공식 지정받은 데 대해 대학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전문성이 부족한 언론사가 대학평가를 주관하는 것보다 지정된 공식 인증기관 평가에 참여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각종 언론사 주도 대학평가를 거부해온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8개 대학의 입장이 대표적이다. 반대편에선 대교협의 인증기관 지정은 대학이 준비해야 하는 평가 부담이 또 하나 는 것이란 현실론도 제기됐다.
서울대 기획과 조형진 주무관은 “그간 대학평가는 주최 언론사마다 지표도 다르고 평가 결과도 상이했다. 대학 입장뿐 아니라 평가 결과를 보는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웠던 게 사실”이라며 “특히 순위 매기기 하는 게 아니라 ‘인증’한다는 취지가 긍정적이다. 각 단과대학별 교육 인증인 AACSB(경영학)·ABEEK(공학) 같은 과정을 통합적으로 시행하는 차원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양대 평가감사팀 이태희 과장도 “고등교육 질 보장이나 해외와의 교육 교류 측면에서 필요하다. 일률적 잣대로 좋은 대학, 나쁜 대학을 구분 짓지 않는다면 대학의 ‘기본 요건’을 확인하는 인증은 의미가 있다”며 “세계대학평가를 주관하는 QS는 노골적으로 광고 요구를 한다. 공인받지 않은 언론사의 평가를 받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한 서울 주요대 관계자는 “이미 대학별 자체평가를 하고 있어 인증 심사가 생겨도 큰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교육역량 강화 등 대학 발전방안에 도움이 된다면 인증의 방향성 자체는 의미있다”고 말했다. 경원대 송태수 기획처장도 “대학 운영 전반과 커리큘럼 등 일정 수준 충족 여부를 보기 때문에 기존 순위 매기기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교협 인증 심사가 대학 입장에는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란 볼멘소리도 나온다. 각종 대학평가와 개별 대학이 시행하는 자체평가, 대학정보공시제도에 따른 자료 제출까지 준비하는 마당에 또 하나의 ‘상위기관’이 생길 뿐이란 지적이다. 대학평가 거부 의사를 밝힌 대교협이 스스로 인증기관이 되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인하대 최영선 기획팀장은 “대교협 인증 심사까지 시행되면 일일이 다 준비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인증 심사가 정부의 재정 지원사업과 연계되면 대학은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이미 각종 평가와 대학정보공시 준비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데, 또 인증 심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인력이 필요할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서울여대 이미식 기획정보처장도 “자체평가를 하고 있고, 언론사 대학평가도 간과할 수 없는데 대교협 인증 심사까지 받으란 것은 대학을 너무 힘들게 하는 처사”라며 “평가가 너무 많다. 추가돼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털어놨다. 한 서울 지역 대학 관계자는 “예산을 들여 시행한 자체평가는 대학 입장에선 헛고생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허탈해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언론 주도 대학평가를 거부한 게 대교협 아닌가. 스스로 평가를 맡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차라리 기존 언론사 대학평가를 내실 있게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신대 이일영 기획처장도 “의무적으로 몰아가는 것에 반대한다. 인증 심사에 응할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증 심사와 재정 지원사업을 연계하는 부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교협 인증을 못 받는 대학은 재정 지원사업 신청도 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교육과학기술부 쪽에서 흘러나와서다. 대교협의 컨설팅이나 인증료 명목으로 수천만 원이 들어가는 대목 역시 뒷말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서울여대 이미식 처장은 “인증 심사에 몇 천만 원이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 한 대학 관계자도 “이미 대학에선 인증료로 3천만 원 가량을 준비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부연했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대교협의 힘이 더 세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대 조형진 주무관은 “사실 이번 결정은 언론사에 뺏긴 대학평가 주도권을 정부가 찾아온다는 입장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언론사 대학평가의 폐해가 여러 차례 비판의 대상이 됐지만, 이렇게 되면 사실상 대교협과 정부가 대학평가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대다수 대학은 대교협의 인증기관 지정에 대한 호오(好惡)를 떠나 인증 심사에는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인하대 최영선 팀장은 “(인증 심사를) 받고 싶지 않아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한 대학 관계자도 “인증 심사에 부정적이지만, 어쨌든 내부적으로 대책은 마련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학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