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북지역 한 대학에 입학한 L군(19세)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별 의심 없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설문조사를 마치고 가려는 L군에게 설문담당자는 대학생활에 도움이 되는 어학교재가 있으니 일단 가져가서 확인해본 뒤 구입여부를 결정해달라고 권유했다. 그리고 설문담당자는 교재 배부를 위해서는 확인서가 필요하다며 L군에게 간단한 확인서를 적어줄 것을 요청했고 L군은 확인서를 작성해줬다. 이후 L군은 어학교재가 상태가 부실하고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해 반환을 요청했으나 담당자는 이미 계약이 체결됐으니 교재대금 20만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사기판매에 당한 신입생들은 비단 L군만이 아니다. 전북도청 소비생활센터가 전북대, 전주대 등 전북지역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1월부터 이번 달 10일까지 사기판매 피해사례를 확인한 결과, 2백87명의 신입생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례와 전국 사례를 합친다면 사기판매로 피해를 입은 신입생들은 상당한 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기판매 수법도 가지가지. 정부기관을 사칭, 유망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교재를 무료 제공한다고 속인 뒤 대금 청구서를 우송하거나 자격증 안내 책자를 보내준다고 안심시킨 뒤 교재를 배달하는 수법이 이용되고 있다. 또 경품당첨이나 추첨을 빙자한 사기판매와 여학생들에게는 화장품 구입을 이용한 사기 판매가 극성이다.
사기판매로 피해를 보는 신입생들이 매년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사기판매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은 마땅한 단속 장치와 예방교육이 없기 때문. 특히 신입생들이 사기판매에 당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줘야 할 대학에서도 대부분 별도의 교육이나 홍보가 없는 실정이다.
전북대 한 관계자는 “현재 대학에서 사기판매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있지는 않다”면서 “사기판매에 대한 사안은 도청 소비생활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에서 신입생들이 사기판매에 대한 사전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피해사례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도청 소비생활센터 신 향 상담원은 “대학 신입생들은 사회경험이 미숙해 영업사원들의 일방적인 선전과 반강제적인 형태의 권유에 쉽게 넘어간다”면서 “해결방법도 몰라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 상담원은 “계약내용이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면 14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며 “상품구입, 서비스 제공 계약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단체 등에 신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