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다양하고 이색적인 방법으로 소액기부금 유치에 발 벗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대학들이 기업이나 독지가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유치하는 데 앞장섰다면, 최근 들어 외국대학처럼 소액 다수의 자발적 기부자를 늘리는데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의 소액기부금 유치 활성화 방안은 애교심을 키우는 동시에 대학 재정까지 확충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화여대가 라면을 만들어 화제다. 이화여대는 최근 라면을 이용한 소액 장학금 기부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라면을 전면에 내세웠다. ‘선배라면’이라는 이 라면은 이화여대가 국내 한 라면 제조업체와 손잡고 4년 동안 월 1만원씩 기부를 약정한 동문에게 라면 두 봉지 묶음을 기념품으로 전달하고 있다.
기부 캠페인에 이색적으로 라면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 학교측은 “선배라면 후배를 위해 매달 1만원을 장학금으로 쾌척할 수 있다는 취지를 문구 그대로 살려 캠페인 이름도 ‘선배라면’으로 했다”며 “라면 국물처럼 진한 후배사랑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이디어가 참신한 만큼 반응도 뜨겁다. 약정 일주일 만에 무려 1억 원을 모았기 때문. 이화여대는 라면으로 모은 기부금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건국대는 소액 다수의 자발적 기부 방식을 활성화하기 위해 아예 홈페이지(http://fund.konkuk.ac.kr)까지 따로 꾸렸다.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선보인 온라인 발전기금 기부시스템인 ‘KU 나누미’라는 사이트는 1000원으로 시작하는 우유병(사이버머니)을 기부자가 원하는 곳에 직접 낼 수 있어 인기가 좋다.
특히 캠퍼스 벤치설치와 같은 소소한 기부부터 시작해 국제화 장학생 지원기금, 단과대학별 모금함, 대학발전기금 등 여러 곳의 기부금액이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결과를 기부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기부의 즐거움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에 매년 기부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캠퍼스 벤치설치에 253명이 동참했고, KU 전력 에너지시장(KU-POEM)연구실 발전기금에는 39명이 2000만 원 이상을 모으는 성과를 달성했다. 올해에만 전체 모금액이 1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기부 참여자도 재학생이 52%를 차지해 소액 다수 기부 문화 확산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기부에 참여한 두석배씨는 “작은 물줄기가 모여 큰 강을 만든다는 생각에 기부를 하게 됐다”며 “비록 적은 액수이지만 학교와 연구실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동국대·아주대·인하대도 매달 1만원씩 모으는 소액 기부 캠페인을 벌이면서 학교 구성원과 동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동국대는 ‘만원의 행복 캠페인’을 시작, 매달 만원씩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방식으로 소액이지만 장기적인 기부를 이끌어내고 있다.
대학들이 소액기부로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부금 액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은 탓이다. 아울러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소액이지만 다수의 자발적 기부자를 유치하는 것이 애교심도 이끌어 내면서 재정까지 확충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 대외협력팀 최원희 과장은 “소액이지만 기부자가 기부금을 낼 때는 이유와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수”라며 “소액기부 열풍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부자가 기부를 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