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어떤 산업분야보다 ‘장비’가 중요한 분야다. 우리나라는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기술을 갖고 있지만, 기반이 되는 장비는 거의 외산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반도체장비의 국산화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반도체 제조기술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국산 장비 개발이 시급하다. 특히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장비의 연구개발을 위해선 무엇보다 우수기술인재 양성이 선과제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한국기술교육대(이하 한기대) ‘E²-반도체장비인재양성센터(센터장 정종대·이하 센터)’가 출범했다. 지난해 6월 교육과학기술부의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인재양성사업(이하 광역권 인재양성사업)’에서 한기대가 충청권 선도산업인 ‘NEW IT’분야에 선정, 우리나라 신성장동력의 핵심축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NEW IT’는 기존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의 IT에 ‘태양전지 등 신재생에너지가’추가된 기술을 말한다. 이에 따라 한기대 센터는 장비분야 중에서도 친환경·에너지절감형반도체 등 ‘그린반도체’ 제조장비 개발 인재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Environment’와 ‘Energy’ 머릿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센터명의 ‘E²’는 이런 의미에서 탄생한 것이다.
■ ‘선택과 집중’으로 고급인력 양성 = 사업에는 메카트로닉스공학부(생산시스템·제어시스템·디지털시스템 전공)와 정보기술공학부(전기공학·전자공학·정보통신공학전공) 등 2개 학부만 참여한다. 5년간 250억의 국비가 투입되는 대형 사업인 만큼 공학계열의 모든 학부가 참여를 원했다. 하지만 한기대 센터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반도체 장비와 직결된 학부만 포함, 고급우수인력을 ‘집중’ 양성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센터는 2개 학부의 50여명의 교수진과 1300여명의 학생으로 조직됐다. 이에 신소재공학과 일부 교수들이 참여, 반도체 소재분야 연구를 보강하고 있다. 밀집된 조직력을 바탕으로 △인재양성 △산학협력 △국제화 등의 3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업은 △선도산업 교육 연구기반 조성 △미취업졸업생 재교육 프로그램 △Win-Win취업클리닉 프로그램 △우수인재확보 및 사업홍보 △선도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현장중심 교육강화 프로그램 등 총 14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1차년도 사업에선 ‘선도산업 교육 연구기반 조성’에 힘을 쏟았다. 태양광 에너지 실험실습장비, 풍력발전 시뮬레이션 실험실습장비 등 고가의 장비를 갖춰 나가고 있으며, 특히 학교 32억원, 센터가 5.5억원을 공동 투자한 2개의 ‘클린룸’이 눈길을 끈다.
클림룸에는 양산용 솔라셀 제조 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솔라셀 공학 및 제조 실습’ 과목을 전공필수로 개설, 참여 학생 누구나 자신의 이름이 박힌 솔라셀을 만들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반도체제조장비기술 로드맵에 기초한 교과과정의 로드맵도 이 시기에 완성했다. 특화된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서 장비 업체들로부터 카운슬링까지 받았다. 장비업체들의 자문을 토대로 기존 교과목의 내용을 조정하고 필요한 과목은 추가하며 현장의 요구를 반영했다. 그 결과 △장비공통기술 △장비기반기술 △장비전문기술 등 세 가지로 분류되는 반도체 장비 특성화 교육 로드맵을 완성, 맞춤형 우수인재 육성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반을 구축한 1차 년도의 노력에 힙 입어 한기대는 지난 7월 실시된 광역권 인재양성사업 연차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았다. 이로써 총 4억 4500만원의 인센티브를 확보, 2차년도 사업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정종대 센터장은 “클린룸을 만들고, 관련 교과과정 2개를 신설해 학생들에게 전공필수로 듣게 한 점과 업체와 연계해서 반도체 장비 특성화 교육 로드맵을 만든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 현장교육 ‘탄탄’…전국 최고 취업률 달성 = 현재 센터는 △충청남·북도 대전광역시 등 3개 지자체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현대중공업 등 80여개 산업체·충남테크노파크 등 7개 협회 기관·연구소 등 100여개의 협력기관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 취업률을 높이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도가 높다. ‘미취업졸업생 재교육 프로그램’과 ‘Win-Win취업클리닉 프로그램’이 그 것이다. ‘미취업졸업생 재교육 프로그램’은 △기업탐방 △현장중심 재교육 △산업체 인턴십 등 현장 중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Win-Win취업클리닉 프로그램’은 취업특강과 면접 클리닉, 현장실습 등 현장교육이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그 결과 센터에 참여하고 있는 ‘메카트로닉스공학부와 정보기술공학부’는 2010년 전체 취업률 91%, 정규직 취업률 87%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취업률 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취업의 질 부분이다. 취업대상자 가운데 36%가 삼성·STX 등 대기업에, 51%가 중견기업, 13%가 공공기관으로 취업했다. 특히 센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탄탄히 갖춰진 실무역량을 바탕으로 취업자 전원이 전공 관련 기업에 취업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는 현장과 이론의 간격에서 오는 미스매칭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센터를 통해 충남 아산 삼성 SDI에서 인턴실습을 했던 차민준(기술공학부 4)씨는 “대학 때 배운 이론을 실제 작업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해야 하는지를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였다”며 “졸업 후 어떤 직종에 취업하는 게 좋은지도 확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인재 양성위해 광역권 융합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