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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서울대법인화법안의 날치기 통과를 되돌아보며
김필동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교수회장

지난 12월 8일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도 않은 서울대법인화법안이 본회의에서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예산안과 함께 여러 법률안이 날치기 통과된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지만, 우리나라 대표대학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법안이 그 목록에 포함되었다는 데 대해 한심하다 못해 차라리 비애감을 느끼게 된다.

설사 서울대가 법인화를 원했다 하더라도 이런 방식의 이행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런데도 서울대 본부 측은 아무런 유감 표명도 없이 이를 환영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는 서울대가 이미 국립대학으로서의 사명이나 대표대학으로서의 명예보다는 특혜를 좇는 이익기관으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원래 국립대학의 법인화는 고등교육의 대중화ㆍ보편화 추세에 따른 국가 부담의 경감 필요성 때문에 대두된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보다는 국립대학의 국가기관으로서의 경직성의 한계를 강조하면서, 법인화가 대학의 자율성과 효율성,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시킨다는 논리로 그 정당성을 포장해 왔다. 만일 이런 장점이 분명하다면, 교과부는 당당하게 국립대학 구성원들을 설득해서 법인화를 추진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런 노력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일방적이고 공작적 방식으로 다른 국립대학을 압박ㆍ회유까지 하면서 법인화의 추진 자체에 사활을 걸었고, 결국은 날치기 통과에 끼워 서울대 법인화를 관철시키고 말았다. 이에 앞서 서울대 학장들은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하고, 교과부와 국회를 방문해서 이를 전달하는 이례적인 활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는 결국 법인화법안의 날치기 통과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순이었던 셈이다.

서울대 본부측이 이렇듯 법인화법안의 통과에 집착한 데는 법인화의 제도적 장점을 높이 평가한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서울대는 정부가 법인화 추진에 집착하고 있음을 기회로, 정부로부터 특혜를 끌어내려 하고 있으며, 이미 2010년도 예산에서 많은 혜택을 받아낸 바가 있다. 그러나 국가의 고등교육 예산이 획기적으로 확충되지 않는 한, 서울대가 특혜를 받는 만큼 다른 국립대학들에 대한 지원은 줄어들고, 그 결과 대학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됨을 우리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인화의 효과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법인화 후 7년이 지난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낸 보고서에 의하면, 연구경쟁력의 지표인 학술 논문수는 계속 하락하고 있고, 국고지원금이 줄어든 가운데, 상위권 대학들도 경쟁적 경비와 수탁연구의 증가로 재정규모는 다소 늘어났지만, 비용 또한 늘어남으로써 재정 압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수익사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직원수와 인건비가 줄어들었으며, 교직원의 피로감은 가중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법인화만이 발전의 대안이란 생각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날치기 통과된 서울대법인화법은 폐기되거나 개정되어야 한다. 서울대도 날치기 통과의 상흔을 그대로 둔 채 어떻게 발전적인 미래를 전망할 수 있겠는가? 또한 교과부는 더 이상 법인화 정책을 밀어붙이지 말고, 대학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많은 국립대학을 더 큰 갈등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교과부는 이번 일을 교훈삼아,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국립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통해 더 많은 국립대학들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본연의 패트런 역할에 충실할 것을 주문한다. 다른 부서도 아닌 ‘교육과학기술부’가 목적 달성을 위해 공작적 행태와 날치기를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10-12-29 오전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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