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배재대 생명환경디자인학부에 입학한, 그것도 수석으로 입학한 이경숙(51·충남 서산) 씨는 만학도의 인간승리를 보여준 또 다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배움에 대한 소망과 열정이 빚어낸 오늘의 결과이기에 이 씨에게 쏟아지는 축하와 격려의 박수는 끊이지 않는다.
이 씨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자녀들의 교과 지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부터라고.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수학을 가르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죠. 하지만 5학년이 되자 가르치는 데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 순간 엄마로서 부끄러워졌고 속으로 울기도 했어요.”
이후 이 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던 아픔을 되살리면서 45살 되던 2000년, 대안학교인 예지 중·고교에 입학했다. 학업을 포기한 이유가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면 학업을 다시 시작한 이유도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 즉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50대 신입생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붙는 만큼 이 씨에게 있어 최대 걱정은 20대 청춘(?)들과의 경쟁이라고. 특히 수석 입학이란 타이틀 때문에 부담도 상당하다고 털어놓는다.
“젊은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영어가 많이 부족한데 걱정이에요. 집에서 틈틈이 공부하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하지만 젊은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사귀면서 뒤떨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만학도 이 씨의 꿈은 뭘까? 이 씨는 나이도 적지 않고 가정주부다 보니 아직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건과 기회가 된다면 대학 시절 배운 전공을 충분히 살려 원예 분야 일을 하고 싶단다. “원예 디자인과 관련된 사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집집마다 다니면서 원예 장식을 해 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대학 생활이 시작된다. 젊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열심히 공부해 후회 없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이 씨에게서 그녀가 만들어낼 또 다른 기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