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반도체가 새로운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적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결함이 오히려 유용하게 이용되는 사례라 눈길을 끈다. 특히 이 연구는 재부팅이 필요 없고 전력 손실도 적은 컴퓨터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포스텍을 졸업한 이동헌<사진> 씨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박사 과정을 밟던 2008년 통신위성이나 군사용 제품에 사용되는 갈륨비소(GaAs) 반도체의 특성을 연구하다 원자가 하나 빠진 격자점을 찾아냈다. 이른바 ‘불량 반도체’였던 것. 이 씨는 시험 삼아 이 격자점에 옆 원자를 밀어넣었다가 빈 격자점의 위치가 바뀌며 원자 위치가 재배열되는 것을 발견했다.
불량 반도체가 새로운 반도체 개발의 실마리를 준 셈이다. 이 씨는 오하이오주립대 J.A. 굽타(Gupta) 교수팀과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를 저명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지에 게재했다. 이 내용은 현지 시각 23일 ‘갈룸비소 반도체 내 전하를 띠는 결함을 이용, 도핑 원자의 결합에너지 조절’이란 제목으로 발표됐다.
연구에 따르면 반도체에 사용되는 원자는 온도와 전압에 따라 반도체 내 전류 흐름을 조절하며, 원자 사이의 결합에너지는 컴퓨터용 소자의 성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연구팀은 반도체의 원자가 빠진 자리를 퍼즐처럼 이용해 원자를 재배치하는 동시에 원자가 빠진 자리는 전하를 띠게 돼 각 원자 간의 결합에너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응용하면 동일한 원자도 다른 특성을 지닌 원자로 조절할 수 있어 기존 반도체 기술 향상과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소재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각 원자의 특성 조절이 더욱 중요해지므로 이번 연구처럼 원자 하나하나의 특성을 조절하는 기술은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번 연구는 컴퓨터의 CPU와 램(RAM)을 하나의 소자로 결합해 재부팅이 필요 없고 전력 손실도 적은 컴퓨터 개발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일반적으로 물질의 결함은 성능 향상을 위해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시각을 바꾸면 결함이 오히려 유용하게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며 “반도체 산업에 원자를 조절하는 기술이 적용되면 컴퓨터 속도를 빠르게 할 뿐 아니라 양자컴퓨터로 대표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컴퓨터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