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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등록금 동결?” 대학들 속앓이
‘사실상 삭감’ 사립대 중심 어려움 호소
“형평성 부족, 대학 자율성 침해” 비판

정부가 물가 잡기에 나서면서 등록금이 대학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장관이 주요 대학 총장들을 만나 등록금 인상 자제를 요청한 데다 서울대 등 몇몇 대학이 동결을 선언하면서 대학들의 눈치 보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들 대부분이 가중된 재정난에 속앓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정부의 거듭된 등록금 동결 요청에 대학들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올해까지 3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하면 재정적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정부의 ‘친서민 기조’나 국민적 정서에 비춰볼 때 섣불리 등록금을 올릴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 등록금 동결 동참 속 “현실 봐달라” = 이러한 정부 요청과 여론을 고려해 국립대와 전문대학 중심으로 동결 선언을 하는 대학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망설이는 대학들이 많다. 적어도 물가 인상분은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 방침 준수를 요청하기에 앞서 일선 대학들의 현실을 정확하게 봐달라는 것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말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다. 계속된 경제위기로 서민 경제가 어려운 시점임을 감안, 동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서울대는 “대학 재정이 어렵지만 예산 개혁과 긴축 재정 등 적극적 자구책을 통해 부족분을 보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표 대학이란 상징성이 있는 만큼 서울대의 동결 결정은 다른 대학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앞서 전북대는 국·공립대 중 최초로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다. 지난 2009학년도부터 3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하게 됐다. 지역거점국립대로서의 책무성을 강조한 결과다. 전북대 측은 “물가가 올라 사실상의 등록금 삭감이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어려운 경제 현실의 짐을 분담하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전문대학들 역시 교과부 입장에 보조를 맞췄다. 6일 이주호 장관과의 간담회 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차원에서 협력 방침을 밝혔다. 실제로 재능대학·인덕대학·안산공과대학 등은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해 ‘현실론’도 나온다. 경북대 장태원 기획처장은 “국고 지원이 보장되지 않으면 지난 2년간 등록금을 동결했는데 올해까지 동결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예산 규모를 100억 원 가량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모든 물가가 다 올랐다. 최소한 물가 인상분은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대학의 현실을 먼저 감안해야 한다”고도 했다.

여타 국립대들이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은 정부·학생 입장과 대학 입장 사이에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남대 서순팔 기획처장은 “이 장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하자는 게 학내 분위기라 현재로선 뭐라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며 “내주에나 공식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사실 제일 처음 등록금 동결을 선언하지 않으면 이슈도 안 된다. 때문에 다른 대학들의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 대학들 부담 커 “인상 여부는 미정” = 사립대들은 불만이 더 크다. 국고 지원 없이 등록금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올해까지 등록금을 동결하기는 어렵다는 게다. 더구나 대학에 자율을 부여하기로 한 교육정책 기본 방향과도 어긋난다는 게 공통된 의견. 공무원 임금은 인상되는데 대학에만 동결 부담을 지우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선임된 고려대 김병철 차기 총장은 당시 “등록금 문제는 사립대에 대한 국고 지원이 전무한 현실과 직결된다. 사립대에도 어느 정도 국고를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학 예산조정팀 관계자는 “차기 총장과 현 총장이 협의해 등록금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제하며 “국립대는 공무원 임금이 5.1% 인상돼 인건비 측면에선 자연 보전되지 않느냐. 반면 사립대는 지난 몇 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건국대 유재원 기획조정처장은 “교과부 차관과 대학 기획처장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등록금 동결은 어렵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는 오르는데 등록금을 동결해 적자 폭이 크다. 2년간 동결로 인한 적자가 수백억 원 단위”라며 “교과부에서 계속 요청해 난감한 처지이긴 하지만 솔직히 동결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등록금 동결로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와 정부에 대한 비판도 함께 나왔다. 인하대 손동원 기획처장은 “지난해에도 정부가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 대부분 대학이 지침을 따랐지만 정부가 대학에 보상을 해줬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올해 동결을 요청한다 해서 얼마나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지원 없이 발전하라고만 하면 대학은 길이 없다”며 비판의 각을 세웠다.

형평성 문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일례로 공무원 임금이 5.1% 인상됐는데 대학에만 동결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말이다. 서울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교수 추가 채용, 교육환경 개선 요구에다 강사 처우 향상, 교직원 임금 인상 압력도 받는 상황”이라며 “교과부가 정부 입장에 너무 좌지우지돼선 곤란하다. 대학 자율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대다수 대학은 여전히 등록금 인상 여부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연세대·동국대·아주대·이화여대·숙명여대 등은 등록금 관련 논의를 진행 중으로 인상 여부와 인상률 등을 정한 후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들 대학은 교과부 요청과 경제 상황, 여론 등을 종합해 학내 등록금 심의 절차를 거쳐 이달 중순께 결론을 낼 전망이다.

대학팀 news@unn.net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1-01-07 오후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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