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전형에 현직교사 참여, 과연?
현직교사, 현장감․전문성 동시에 갖춰
현직교사 평가 권한…공정성 논란일 것
“A학생의 경우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외부 활동 경력이 화려했다. 알고 보니 A학생 부모가 교사였고, 부모에 의해 만들어진 경력이었다. 교사 위촉사정관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다. 현직교사들의 경우 현장에서 매일 학생부를 기록하고 자주 보기 때문에 과대포장되거나 인위적인 부분들을 잘 찾아낼 수 있다.”
지난해 현직교사를 사정관으로 위촉한 경희대 사례다.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전임사정관들은 일반적으로 기본 제출 자료를 믿는다. 하지만 교사들은 다르다”며 "수년간 학생을 지도·관찰했던 교사가 학생들을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입학사정관전형에 현직교사를 위촉사정관으로 영입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들이 학생들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희대는 지난해 현직교사와 장학사를 ‘입학사정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서류평가에 참여시켰다. 올해 그 규모와 전형 범위를 더 넓혔다. 총 105명의 입학사정자문위원이 사회배려대상자·농어촌학생추천·전문계고교출신자전형 등 3개 기회균형선발전형에 직접 참여했다.
성균관대는 경희대에 이어 올해 15명의 현직교사를 위촉사정관으로 영입했다. 입학관리팀 관계자는 “현직교사 위촉은 입학사정관전형의 평가기준과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것을 외부에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문대학들은 현직교사 이외에 산업체 관계자들을 위촉사정관으로 채용한다.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전문대학의 특수성 때문이다.
지난해 5명의 산업체 관계자를 사정관으로 위촉했던 영진전문대학은 올해 △현직교사·교장 8명 △대기업 인사 관리자 14명 등 모두 22명을 위촉사정관으로 임명했다. 1단계 서류전형에는 현직 교사·교장을, 2단계 심층면접에는 산업체 관계자를 참여시켰다.
하지만 현직교사의 평가 참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선발에 있어 공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외대 입학사정관실 관계자는 “고교 교사가 학교 상황이나 학생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형평성이나 공정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평가에 직접 참여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대학은 중학교 교장과 퇴임 교장을 위촉사정관으로 두고, 고교 교사는 자문교사로만 참여시킨다.
KAIST도 현직교사에게는 현장 목소리를 듣는 정도다. KAIST 입학사정관실 관계자는 “고교 교사 경력을 가진 전임사정관을 채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현직교사를 사정관으로 위촉하진 않는다. 평가는 입학사정관들에게 일임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한 공정성 확보를 위해 경희대는 현직교사의 근무(했던)지역·학교, 출신지역이 평가 대상자와 겹칠 시 해당 교사를 선발에서 배제시키고 있다. 동시에 ‘입학사정관 기피제’를 도입, 평가 대상자와 연고가 있을 시 사전에 신고하고 평가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현직교사 위촉사정관은 물론 전임사정관에게도 평가 대상자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고 당일 공개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며 “심지어 평가 대상자도 타 부서(기획관리팀)에서 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현직교사가 대학의 인재상이나 현황 등 대학 전반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 특성에 맞는 학생 선발이 불가능하단 우려 때문이다.
고려대 입학사정관실 관계자는 “현직교사들이 대학 인재상이나 현황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학교에 맞는 학생을 잘 뽑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교사 위촉사정관 도입을 검토하곤 있지만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는 입학사정관제가 큰 정책임에도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현직교사를 사정관으로 위촉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현직교사가 학생의 사정을 잘 안다는 것과 대학의 전문성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대학의 입장에서 적절한 정책인지 더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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