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대학생 반값 등록금’ 정책을 13일 발표했다. 소득 수준별로 등록금을 국가 예산으로 차등 지급하는 게 골자다. 연 소득에 따라 등록금의 전액(기초생활수급자~소득 1분위), 반액(소득 2~4분위), 30%(소득 5분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반값 등록금 정책의 원 입안자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었다. 이 장관은 한나라당 의원 시절이던 지난 2006년 ‘교육비 부담 절반 줄이기 정책’을 내놨다. 이후 대선을 앞두고는 직접 반값 등록금이란 명칭을 쓰며 대표 등록금 정책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정작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 상환제’(이하 ICL)에 초점을 맞추며 흐지부지됐다.
■ 이주호 장관, 의원시절 ‘반값등록금’ 제안 = 새삼 이 장관의 ‘전력’이 거론되는 것은 이 정책의 실효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꺼내든 반값 등록금 카드는 이 정책이 원래 여당과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음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여당과 정부의 공약이었던 데다 교육 당국의 수장이 입안한 내용인 만큼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게다.
원래 반값 등록금 정책은 몇몇 제도의 개정을 전제로 제안됐다. 당시 고등교육법과 평생교육법, 조세특례제한법, 학술진흥 학자금대출 신용보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함께 제시됐다. 여기에는 대학에 내는 기부금에 대해 10만 원까지 세액 공제를 허용하고 이를 장학사업에 이용하는 안과 학자금 지원을 위한 국가장학기금을 설치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후 반값 등록금 정책에는 대학 정원 일부에 대한 기여입학을 허용해 기부금을 적립하는 방안도 추가됐다. 그러나 기여입학제 비판 여론이 불거지면서 정책 추진은 무산됐다. 대학 기부금에 대한 세액 공제를 허용하는 발의안도 국회에 계류됨에 따라 재원 마련이 요원해진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반값 등록금이 다시 이슈가 된 계기는 정부의 등록금 동결 요청이었다. 시민단체 중심으로 “등록금 동결이 아닌 원래 정책이었던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는 게 대안”이란 지적이 일면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이 장관이 스스로 재원 산출 방법까지 제안했던 만큼 정책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여야 바뀐 등록금정책, 검토된 안은 무엇? = 민주당이 반값 등록금 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당초 여야의 등록금 정책이 뒤바뀐 모양새가 됐다. 현 정부의 대표 정책인 ICL은 소득 연게 학자금대출제도. 일종의 ‘등록금 후불제’로 볼 수 있다. 등록금 후불제는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이 도입을 주장해 민주당이 대선 당시 제안한 내용이기도 했다.
당시 민주노동당이 제시한 단계적 무상교육 도입이나 학생·시민단체들이 주장한 무이자 또는 저리 융자 또한 대안으로 검토됐다. 이 같은 안은 현재 정책들에 수렴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단계적 무상교육 안은 이번에 민주당이 내놓은 복지 방안과 큰 틀에서 맥을 같이 한다. 무이자·저리 융자는 등록금 후불제와 결합해 ICL로 귀결됐다.
이들 제도는 ‘친서민 복지’에 포커스를 맞춘 공통점이 있다. 학생·학부모 개인의 부담을 줄이는 목적이라 국가 예산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재원 마련 여부에 물음표가 따라붙는 만큼 포퓰리즘 논란도 예상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특정 정책을 고집하기보다 제도의 장단점을 살펴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전제’ 살펴야… 현실적 재원 마련책 필요 = 문제는 각 제도의 ‘핵심 전제’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값 등록금, 등록금 후불제를 비롯한 정책의 임팩트에만 신경 쓴 나머지 선결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교과부가 발표한 지난해 1학기 ICL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전체 학자금 대출자 중 ICL 이용자는 1/4 수준으로, 정부가 예상한 ICL 이용자 수치의 약 1/7에 불과했다.
당초 등록금 후불제를 제안한 교수노조는 고등교육 재정을 OECD 평균 수준(GDP 대비 1.1%)으로 확대하는 것을 대전제로 내걸었다. 갑작스러운 등록금 지원 확보가 어렵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내용도 뒤따랐다. 이명박 정부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 금리에 복리 방식으로 시행 중인 ICL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반값 등록금 정책 역시 처음부터 재원 마련을 위한 세입 계획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책 도입의 전제 격인 대학 기부금 세액 공제와 국가장학기금 설치, 기여입학제 허용에 따른 기부금 적립 등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됐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ICL로 방향 선회를 택한 정부에 대한 비판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이번 반값 등록금 정책도 원칙만 제시한 채 예상 소요 예산인 3조 2천억 원에 대한 구체적 안은 추후 발표할 것이란 입장만 내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정화 홍익대 교수(교육학)는 “구체적 재원 확보책 없이 반값 등록금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대학 경쟁력 강화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고등교육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