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총장 이기수)가 진행 중인 경영 진단이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경영 진단 결과가 새 총장이 학내를 장악하는 카드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구조조정의 칼날이 직원들을 겨눌 수 있어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경영 진단을 컨설팅 업체 ‘엑센츄어’에 의뢰해 결과를 내달 28일 제출받을 계획이다. 소요 비용은 8억 6천여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엑센츄어는 중앙대 구조조정의 근거가 된 컨설팅 결과물을 내놓은 바 있어 이목을 끈다.
우선 시점이 미묘하다. 이기수 총장의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경영 진단 결과가 나와서다. 경영 진단 결과를 대학 운영에 적용할 시간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고려대 관계자들은 경영 진단 결과가 새 총장의 학내 장악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비교적 인지도나 지지 기반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는 김병철 신임 총장이 대학 운영 개편의 주도권을 쥐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총장 임기 말에 반대를 무릅쓰고 경영 진단을 시행한 것도 법인과의 조율을 거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 집행부가 경영 진단 결과를 내놓으면 새 집행부가 부담을 덜고 체제 개편의 명분을 세울 수 있다는 게다. 마침 새 총장이 재단측 친족이란 점도 이 같은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 하종호 교수(철학)는 “일반 교수들은 총장 임기 말에 경영 진단을 왜 하는지 의아해하고 있다”며 “경영 진단 결과가 대학 운영에 반영이 될지는 새 총장의 의사에 달린 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고려대 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경영 진단의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 언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결과가 내달 말 나오므로 경영 진단에 따른 조치는 당연히 다음 집행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도 했다.
경영 진단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타깃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고려대 교수사회가 강해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억 원 규모의 예산을 들인 만큼 구체적 액션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고려대 한 관계자는 “학생들은 컨설팅 업체 선정 때문에 학사 단위 구조조정을 염려하고 있다. 하지만 고려대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연구중심대학이라 중앙대 사례와는 다를 것”이라며 “교수들도 중앙대식 구조조정을 걱정하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해임 또는 명예퇴직 형식의 구조조정이 단행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직원노조 측은 전했다. 집행부 교체로 인한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을 핑계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 직원노조 관계자는 “새 총장이 경영 진단을 통해 대학 발전계획을 세우는 것은 수긍할 수 있지만 지금 경영 진단을 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집행부가 모두 교체될 텐데 결과에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규모가 비슷한 연세대·한양대·성균관대 등과 비교하면 고려대의 직원 규모가 많은 편이 아니다. 구조조정의 화살이 직원들에게 향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