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대학들은 토익 등 공인영어성적과 컴퓨터 자격증 등을 졸업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졸업생의 ‘질(質)’을 높이고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기 위함이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학생들은 졸업요건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부 졸업요건의 경우 취업이나 진로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부담이 크다는 반응도 보인다. 실제 졸업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졸업을 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 고려대 ‘한자시험’ … 학생들 “폐지 옳다” = 고려대는 지난 2004년 11월, 졸업요건으로
한자시험을 포함했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한자 실력은 점차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고려대 학생들은 졸업하기 위해서 한자시험 2급을 취득하거나 교내 자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도입 초기부터 ‘꼭 한자시험을 통과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고려대생 김모씨(이과대학 3)는 “이과대학에서는 한자가 별로 쓰이지 않는다.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관련 분야 취업을 해도 한자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지만 졸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영 고려대 부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는 한자시험을 졸업요건에서 폐지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며 “학교에서 제도적으로 한자시험을 강제하는 것에 학우들의 불만이 많다”고 밝혔다.
■ 공신력 부족한 자체 시험에 불만도 = 자체적으로 대학이 개발한 어학시험이 졸업요건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한국외대 FLEX와 숙명여대 MATE가 대표적이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이 자체 외국어시험 활성화를 위해 졸업예정자들을 제도적으로 강제한다는 볼멘소리를 한다.
이 같은 학생들의 의견을 숙명여대는 수용했다. 숙명여대는 지난 2003년부터 자체 개발한 MATE(Multimedia Assisted Test of English)라는 영어졸업자격시험 통과를 졸업요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응시료가 비싼데다가 공신력이 토익이나 토플에 비해 부족했다. 학생들은 졸업하기 위해 MATE를 공부하면서 따로 토익 등을 공부해야 했다. 게다가 1년에 200명 정도 졸업을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했고 총학생회에서도 나섰다. 결국 숙명여대는 지난해부터 MATE외에 토익이나 토플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했다.
한국외대도 자체 개발한 FLEX(Foreign Language EXamination) 통과가 졸업요건 중 하나다. 그런데 공신력이 떨어지고, 소수 외국어 응시 기회도 줄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FLEX 시험일정을 보면 영어 6회, 중국어·일본어는 4회, 기타 외국어는 2회로 공지돼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든 외국어 시험은 연 4회 치러졌다. 
▶한국외대 FLEX센터에서 공지한 시험 일정. 위의 공지를 보고 학생들은 졸업시험 응시기회가 줄어든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박보국(스칸디나비아어과 4)씨는 “FLEX를 통과했다. 그런데 토익이나 토플에 비해 공신력이 떨어져 졸업시험과 취업공부로 이중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졸업생은 “기존 1년 4회 시험도 부족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만약 기타 외국어의 경우 응시기회가 2회로 줄어든다면 학생들의 부담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다른 대학의 경우에도 일부 졸업요건으로 인해 학생들의 불만이 있는 상황이다. 졸업요건 통과에 부담감을 느끼거나 졸업을 하지 못해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대학이 학생들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등의 반응도 나온다.
■ 대학 “학생들 경쟁력 강화 위한 조치” = 그러나 학교 측의 입장은 다르다. 졸업요건이 다소 높고 까다로울 수 있어도 학생들의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은 실력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는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유신열 고려대 학적수업팀장은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에서도 중국진출을 위해 중국어 등 외국어 능력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한다”며 “이과대학생 등 학생들의 불만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결국 학생들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수봉 한국외대 학사종합지원센터 팀장은 “FLEX 시험기회가 줄어든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했다. 다른 교무처 관계자는 “한국외대는 뛰어난 어학실력을 갖춘 인재양성을 목표로 한다”며 “졸업요건을 통과할 정도로 학생들이 실력을 갖춰야 하며, 그것이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