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학교 밖에서 정규 강의를 진행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스포츠·레저, 사회봉사, 학점 인정 인턴십, 인터넷 강의 등과 같이 본래부터 교외에서 실시돼 온 수업이 아닌 일반 교과목들을 학교 밖에서 수강할 수 있게 하는 대학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은 학교 밖 강의를 통해 시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학점까지 딸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알맹이 없는 학교 밖 강의로 원성을 듣는 학교들도 있는 만큼, 교육 서비스의 내실을 기하려는 대학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교통 발달에 ‘통학 강의’ 확산 = 지난 몇 년 간 전국의 교통 여건이 눈에 띄게 개선됨에 따라 장거리를 통학하는 대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문제는 많은 학생들이 하루 3~6시간에 달하는 통학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이에 따라 최근 일부 대학은 ‘통학 강의’를 개설, 통학 열차에서 정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현재 통학 강의 신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대학들도 많다.
순천향대는 지난해 2학기 전국 대학 중 최초로 서울·신창(순천향대)역을 오가는 ‘누리로’에 열차 강의실을 마련하고, 1학점짜리 교양강의 3개를 개설했다. 지난 학기 열차 강의실에서 진행된 강의는 △재미있는 법정영화 이야기 △지구환경과 온난화 △길 위의 문학으로 총 180명의 학생이 수강했다.
열차에서 2개의 강의를 수강했던 이진실씨(정보통신공학과 2)는 “학교에 오가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알차게 보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통학 시간을 활용해 학점까지 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열차 안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해 다른 학교 친구들도 많이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생들의 호응에 힘입어 순천향대는 오는 1학기에도 통학 열차에서 총 3개의 정규 교양강의를 운영한다. 더불어 지역 내 타 대학 학생들에게도 통학 열차 강의를 개방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순천향대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천안·아산지역 4년제 8개 대학 간 학점 교류를 시행해 왔다”며 “타 대학 학생들도 통학 길에 강의를 수강하고 학점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통학 강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대학들도 많아, 향후 통학 길에서의 강의가 점점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는 경춘선 전철 개통에 따라 오는 1학기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춘천 지역 대학들이 통학 강의 개설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림대 관계자는 “최근 학내에서 ‘경춘선 전철에서 정규 강의를 운영하는 게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왔었다. 통학 강의의 필요성·효과에 대해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규과목도 계절 학기는 해외서 = 동일한 강의를 학기 중엔 강의실에서, 계절 학기 중엔 해외에서 실시해 학생들의 수강 신청 폭을 넓히고 시간·학습 효율을 극대화하는 대학도 있다. 방학 특별 프로그램이 아닌, 정규 교과목을 해외에서도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강의 시간·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해외에서 진행되는 계절 학기 과목을 수강할 경우, 학점을 따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연수 효과까지 거둘 수 있어 일석이조다.
서울대는 지난 2008년 겨울 계절 학기부터 3학점짜리 교양과목인 고급일본어 수업을 일본 현지에서 실시하고 있다. 고급일본어는 서울대가 본래 학기 중, 학내 강의실에서만 운영해 왔던 과목이다. 그러나 보다 생생하게 언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3년 전부터 수업 부담이 적은 계절 학기엔 수업을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계절 학기엔 총 8명의 학생이 고급일본어를 수강, 이달 1개월 동안 현지에서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고급일본어 수강생들을 인솔했던 김주원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고급일본어는 일정 정도의 일본어 능력을 갖춘 학생들만 수강이 가능하다. 특히 계절 학기에 고급일본어를 수강할 경우, 기본 실력을 갖고 현지에 가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더욱 좋다”며 “방학을 활용해 학점을 따고, 어학연수까지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또 서울대 언어학과 관계자는 “일상생활과 병행하며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학생은 학기 중,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일본어를 습득하고 싶은 학생은 계절 학기에 수업을 수강하면 된다”며 “동일한 과목을 학기·방학에 모두 개설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원하는 시간·장소를 선택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안양대는 학기 중엔 해외 탐방을 준비하고, 방학이 되면 세계 각국으로 직접 탐방을 떠나는 방식의 교양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아리세계문화탐구, 아리글로벌리더십코스 등이 대표적이다. 수업 중 탐방 계획을 세우고, 방학 중 무사히 탐방을 마치면 학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별도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학점 취득, 해외 연수 등을 할 수 있다.
■보여주기 보단 ‘실속’ 챙겨야 = 그러나 모든 대학들이 학교 밖 강의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는 건 아니다. 효율성, 학생들의 니즈를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 식’ 강의 개설·운영으로 부작용을 겪는 대학들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 A대는 2년 전 캠퍼스에서 다소 떨어진 교외에 최첨단 강의 시설을 짓고 일부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해당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석연치 않았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교외 강의실을 오가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교내에서 진행되는 수업과 별다른 차별성이 없다는 점을 가장 불만스러운 사항으로 꼽았다. 결국 A대는 지난해부터 교외 강의실에서 일체 수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A대 관계자는 “재학생, 지역 주민들을 위해 다양하게 활용하고자 교외 강의실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등 불편함이 많아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수도권 한 대학 보직교수는 “모든 대학들이 어떻게든 ‘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부에 보이는 데 신경을 쓰다보면 자칫 효율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보여주기 보다는 학교 밖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보다 차별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