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이 해충의 공격에 대항해 자체 면역을 증진시키기 위해 뿌리 주위의 미생물을 유인하는 현상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농약을 쓰지 않아도 작물 재배가 가능한 길을 제시한 것이다.
26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사진>팀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해충의 공격을 지하에 알리고, 면역을 증진하는 세균과 곰팡이를 뿌리 주변 지하에서 유인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이로 인해 자체 면역을 증진, 해충의 공격에 대비하는 현상을 규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교과부와 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 지원사업(핵심연구)’과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미생물 유전체 활용기술 개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생태학 분야의 권위지인 영국 ‘생태학지(Journal of Ecology)’ 1월호(1월 17일 발행)에 게재됐다. 우리나라 과학자가 주도한 연구 성과가 이 학술지에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밭작물인 고추가 이번 연구의 재료로 쓰였다. 고추를 공격하는 해충으로는 ‘온실가루이(whitefly)’를 활용했다. 이 해충은 고추 잎사귀에 서식하며 체액을 빨아먹어 고추의 성장을 방해한다.
류 박사팀은 고추가 잎사귀에 있는 온실가루이의 공격을 받자 뿌리 주변의 유익한 미생물을 뿌리 분비액에 포함된 유인신호로 끌어드려 자체 면역을 증진시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로 인해 온실가루이가 고추를 효과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식물과 미생물 간에도 서로 긴밀한 대화를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며 “이러한 식물의 신호를 찾아냄으로써 방제가 힘든 해충을 농약 없이 퇴치하고 건강하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