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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수능개편, “교육 황폐화 "우려
수준별 시험도 상위권 학생들에겐 무용지물
탐구영역 축소…“인문·사회교육 무너질 것”

올해 고1 신입생이 치르게될 2014학년도 수능개편안이 최종 발표된 가운데, 교육계에선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작년 8월 공청회에서 처음 수능개편안이 발표된 후 지적된 사항 일부가 수정됐지만, 중등교육과정의 국영수 편중 심화와 사회·과학교과 소외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은 여전하다.

26일 발표된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방안의 핵심은 국어, 영어, 수학시험을 A·B형의 수준별로 출제하고, 탐구영역의 선택과목(3개→2개)을 축소하는 것이다. 작년 8월 공청회에서 발표됐던 수능 연 2회 실시는 무기한 보류됐고, 존폐가 논의됐던 한문, 제2외국어영역 시험도 현행대로 유지된다.

■ 수준별 시험 상위권엔 무용지물 = 수능 대수술을 예고하며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수능개편안은 일부 수정됐지만, 지적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탐구영역 선택과목 축소로 국영수 편중이 심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수험생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영수 시험을 난이도가 쉬운 A형과 현행 수준의 B형으로 구분했지만, 상위권 학생들에겐 무용지물이란 비판이다.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선 난이도가 높은 B형 응시자를 우대할 소지가 있어 실질적으로 수험생의 시험부담이 줄어들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수준별로 시험을 보면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일정 시험부담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그 안에서 또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시험부담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난이도가 낮은 A형의 시험에서 대량 만점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교과부가 대책을 잘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영수 수준별 시험이 사교육을 더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장은숙 회장은 “수준별로 시험이 구분되면서 상위권 대학 진학 희망자들을 위한 B형 고액과외, B형 수학 집중반 등이 성횡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도 지적의 목소리는 마찬가지다. 서울대 윤여탁 국어교육과 교수는 “학문간 경계는 점차 사라지고, 언어능력이라는 것도 문과 이과 나눠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험생 부담 경감 차원은 있지만 언어교육계에선 수준별 시험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탐구영역 축소…“국영수 과외는 늘어날 것”= 탐구영역의 선택과목 수 축소는 더 많은 비판을 사고 있다. 기존에도 탐구영역을 4과목씩 선택하게 함으로써 이미 사회·과학 교육이 소홀해졌는데, 2과목 선택은 이런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입시 유형이 다양해진 만큼 수능이 중등교육과정 전체를 좌지우지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부족한 소양은 내신으로 보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수능이 중등교육과정을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탐구영역 축소는 중등교육과정의 사회·과학과목 소외 현상으로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장은숙 회장은 “학생들이 입시에 유리한 두 과목만 선택하게 되면서 중등교육과정에서 꼭 배워야할 역사, 지리 등 기본적으로 배워야 과목들이 소홀히 다뤄질 수 있다”며 “학생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 힘쓰는 학교가 학생들이 꺼리는 과목을 교육과정으로 채택할리 없다”고 비판했다.

탐구영역 선택과목 축소로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 자체가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고교 학생은 “기존에도 학교에서 수능에 들어가는 과학탐구 4과목만 선택해서 가르쳤기 때문에 생물같은 과목은 배울 수가 없었다”며 “다양한 과목을 배우고 적성을 찾아야 하는데, 앞으로 2과목만 선택하게 되면 아예 국영수 공부에만 몰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가, 인문·사회교육 황폐화 우려 심각 = 탐구영역 축소에 따른 대학가의 우려도 크다. 서울대 김태웅 역사교육과 교수는 “탐구영역에서 4과목을 선택할 때도 인문사회지식의 불균형 문제가 심각했다”며 “중등교육은 인문·사회지식을 골고루 쌓을 수 있는 마지막 과정인데, 선택과목이 축소되면서 민주시민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사회, 윤리 등의 지식도 못 배우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학생들이 세계사와 국사를 공부하지 않고 역사학과에 입학하는 현실”이라며 “수험생 부담을 줄이는 취지라지만, 탐구영역이 축소된 만큼 학생들은 나머지 시간을 국영수 공부에 더욱 할애하게 돼 공부양에서 차이는 없을 것이다. 탐구영역을 선택과목으로하는 것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여탁 교수도 “서울대 학생들도 세계사에 대해 얘기하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점수 얻기 쉬운 과목만 선택, 공부하는데 막상 대학에 오면 세계사, 정치, 경제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다”며 “수능개편으로 수험생 부담을 줄어들지 모르지만 전체 교육과정은 더욱 황폐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여진 기자 (dike@unn.net) | 입력 : 11-01-26 오후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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