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교수업적평가제’는 무엇이고 실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교수업적평가는 일반적으로 교육·연구·봉사 등의 분야로 나뉘어 평가된다. 교육영역은 대학원생을 포함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실습·실기 등의 교육활동이다. 연구영역은 저술·논문 등의 학·예술 활동을, 봉사영역은 학교 및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공적활동을 말한다.
◆ 교육영역
교육영역의 가장 큰 잣대는 강의평가다. 학생들이 직접 교수의 역할과 질에 대해 판단을 내림으로 학교 측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학생들이 작성하는 수업평가 항목이 과나 학교에 상관없이 유사하다는 것.
실습위주강의나 이론위주 강의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질문이나 휴강 사실도 없는데 보강여부를 묻는 질문 등은 적절한 항목이라 할 수 없다. 여기에 학생들이 작성하다 보니 강의가 까다롭고 학점받기가 까다로운 교수는 상대적으로 수업평가가 인색하게 나오는 편이다.
연세대 박재철군(영어2)은 “어려운 과목이고 학점이 짜면 평가할 때 솔직히 나쁘게 적는 편”이라며 “강의도 쉽고 학점도 잘 주는 교수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교수들의 이야기는 답답하다는 반응. 모 교수는 “내가 학원인기강사냐”고 반문한 뒤 “많은 걸 가르치고 열성을 보인 것이 이런 식으로 돌아오니 할 말이 없다”며 “사실 요즘엔 유머 책이라도 보고 연습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한다”고 고백했다.
이와 관련 건국대 교수학습지원센터 나용진 팀장은 “수업평가 항목 구별은 계속 검토하고 있지만 각 과마다 항목을 달리했을 때 형평성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처음 시작부터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 항목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사항”이라고 말했다.
나팀장은 "수업이 세분화되고 학생들의 평가도 다양해지는만큼 내년 3월 쯤 강의평가 문항도 새로 조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회장(철학)은 “수업평가의 만점은 4.5점인데 4.3이상 나오는 것도 교수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차별화된 수업평가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 연구영역
연구영역은 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교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점수가 되는 것은 한 해 적정 개수의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탈도 많다
대학원 박사과정 김 모씨는 “대학원생이 쓰는 모든 논문은 보통 교수의 이름으로 발표되거나 영어로 번역해 다른 내용인양 출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학부생의 논문이 제목이나 머리말만 바꿔 보충하여 발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결국 교수업적평가를 잘 받기 위한 수준미달의 학회가 졸속으로 설립되고 저질논문이 양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학회논문으로 ‘교수업적평가제에 대한 사례연구’를 발표한 한국언론재단의 한 연구원은 “교육평가영역에서 교수들 간의 견제도 엄청나다”며 “한 교수가 석·박사 논문을 많이 지도할 때 다른 교수들이 담합하여 적정 숫자가 못 넘게 하는 경우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이것이 교수업적평가제 실시 이후 더 많아진 현실”이라고 밝혔다.
◆ 봉사영역
봉사영역에서는 또 다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점수가 되는 봉사범위를 어디까지 포함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자문활동은 당연히 인정되어야겠지만 그밖에 대가를 받고 수행하는 민간단체나 기업을 위한 자문·용역활동도 포함시킬 것인지가 문제이다. 그밖에 보직교수안에 대해서도 교직원들은 불만이 많다.
모 대학의 한 교직원은 “좀 가르쳐두면 금방 사람이 바뀌고 새로 오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알지도 못하면서 마구 쑤시고 다닌다”며 “대학도 전문화된 행정 관료가 맡아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대안은 없나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수업적평가제, 그럼 어떤 대안이 필요한 것인지 궁금하다.
임상우 서강대 교수협의회 회장(사학)은 “교수업적평가제는 시대의 흐름상 필요하다”며 “하지만 우리대학은 슈퍼맨 대학교수를 원한다. 이제 우리도 교육이면 교육, 연구면 연구 최소한의 기준만 남기고 특성화된 교수들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황우석 교수가 학교처장하고 봉사했으면 지금의 결과가 있었겠냐”고 반문한 뒤 “교육에 강한 교수가 있고 연구에 강한 교수가 있다”며 “잘못하면 바보교수에 바보학생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수노조의 한 관계자는 “교수평가제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며 “원래 학문은 9명이 놀아도 1명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지금은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도 나머지 9명과 같이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본래 교수업적평가의 목적은 통제와 관리가 아닌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수 스스로 자기 개발의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교원평가제의 도입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교수업적평가제’가 각 분야별로 특화되고 공정성을 가진 진정한 평가제도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