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우리 대학들이 글로벌 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구체적인 비전과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인력과 재원의 확보, 제도 마련 및 운영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우리 대학들은 나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적으로는 선택과 집중 등 다양한 특성화 정책과 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감한 기업식 경영방식도 도입하고 있지만, 결국 이를 추진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재원의 확보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의 발전에 필수적인 재정은 등록금, 법인전입금, 정부지원금, 연구지원비 보조, 수익 사업 등을 통해서 마련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국내 사립대학들의 운영예산 대부분은 등록금(71%), 법인전입금(9.2%), 기부금(9.7%), 국고보조금(3.7%) 및 기타수입금 등으로 구성되어 등록금 의존율이 상당이 높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적립기금의 경우도 대다수의 대학들에게는 그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적립기금의 규모가 비교적 크다고 볼 수 있는 일부 대학의 경우도 적립기금의 사용처가 정해져있고 기부자의 사용동의가 필요한 지정기금이 대부분이며, 대학에서 임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용기금 비율은 매우 낮은 형편이다. 만약 등록금이 동결된다면 실제 물가상승률만큼의 수입이 법인전입금, 기부금 또는 국고보조금 등에서 추가되어야 전년도 수준의 재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대학에서 지출되는 비용을 보면 크게 인건비, 연구비, 장학금, 학생지원비, 고정자산매입지출비, 운영경비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실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항목이 이와 연계되어 동반 상승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볼 수 있다. 등록금 동결은 인건비, 연구비, 장학금, 학생지원비와 연결되기 힘든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결국 고정자산매입지출비 또는 운영경비 등의 감축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 고정자산매입지출비는 실제 교수와 학생들의 연구 및 교육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다른 항목에 비해 상대적 저항이 적고, 운영경비 등은 이론적으로 경영혁신 등을 통해 절감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대다수 경비도 물가와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감안한다면 그리 여유가 있는 편도 아니다. 결국 연구비 혹은 장학금 등이 늘어나지 않게 되고, 고정자산매입지출비와 운영경비의 축소는 장기적으로 연구 및 교육 환경을 열악하게 할 수 있으므로 특히 이공계의 경우에는 실험실습 자체에 문제가 생겨 대학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정부의 등록금 인상억제 정책에 의해 160여개의 대학이 이미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고, 그렇지 않은 대학들도 3% 이하의 제한적인 등록금 인상을 발표했다. 이미 지난 2년간 등록금 동결을 해온 대학들의 재정은 매우 어려워져 필요한 연구 경쟁력과 교육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연이은 등록금 동결로 인한 교원의 인건비 동결도 적정수준의 연구 및 교육을 유지하기 위해 가볍게 넘길 부분은 아니다. 대다수의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경비를 줄여가고 있지만 그 한계는 분명하다. 특히 기업의 지배구조가 강화되면서 기업의 대학에 대한 기부금이 급감하고 있는 점이나 정부 지원금의 규모가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점 등은 앞으로 우려할 만하다. 정부는 미래의 지식사회를 선도하는 인재들이 대학에서 육성되는 공공성을 심각하게 고려하여 대학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현재 사립대학에 대한 총 국고지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연 3000억 원 정도이며, 이는 총 운영수입 6조 5000억원의 4.7% 수준으로, 일본의 13.3%, 미국의 19%, 영국의 35% 수준 대 매우 낮다. 아마도 지원금의 규모가 비교적 튼 국립대학을 포함해도 OECD 국가 중 최하위일 것이다. 올해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을 통한 지원을 2배로 확대하고, 연구간접비를 최대 33%까지 늘리고, 기부금 세액공제 도입, 산학협력 활성화, 세제지원 등으로 대학재정을 지원하겠다는 발표는 환영한다. 다만 이러한 지원금이 대학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학교육협의회 등에서 지원방식의 보완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