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오리엔테이션(이하 OT)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은 해마다 제기돼왔다. 매년 OT기간에 음주로 인한 사고로 학생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으며, 성희롱·성추행 사건, 도를 넘어선 얼차려 등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입생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해당 대학 이미지도 크게 실추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감안해, 대학들은 건전하고 내실 있는 OT를 모색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분위기가 대학가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 성희롱·성추행·협박 등 대학 OT문화 위험수위 = OT기간에 일어난 사건 사고는 한 두 건이 아니다. 최근 1~2년 사례만 봐도 성희롱·성추행·얼차려·협박 등으로 점철돼있다. 지난해 1월 연세대 09학번 박모씨는 OT에서 10학번 여학생 20여 명을 성추행 해 물의를 빚었다. 연세대 커뮤니티에 피해자들의 글이 올라왔고, 연세대 총학생회와 여총학생회의 공식입장까지 게재됐다. 결국 박모씨는 사과문을 올렸고, 가까스로 법적인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 광운대 화학공학과에서는 性행위를 연상시키는 얼차려를 신입생들에게 시켜 파문을 일으켰다. 인터넷에 유포된 관련 사진에는 여학생들이 바닥에 눕고 남학생들은 그 위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네티즌들은 ‘성적수치심을 일으키게 하는 가혹한 행위다’, ‘대학 내에서 저런 추태가 버젓이 자행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등 문제 학생들의 행태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인터넷에서 크게 논란이 된, 광운대 화학공학과 OT 사진
심지어 OT를 하기도 전에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경우도 있다. 충남대 사범대는 ‘OT 불참자는 벌금을 내야하며, 만약 불참비를 내지 않은 학생이 있다면 ‘아웃사이더’로 간주하고 각종 학과 생활에 불이익을 주겠다. 상상 그 이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협박성 공지가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학생회가 OT에 불참한 학생들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무소불위의 권력단체냐’, ‘지금부터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교사가 돼서, 학생들에게 강압적인 방법을 쓰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들이 속출했다.
한국외대생 장지선(경영학과 2)씨는 “신입생들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에서 선배들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건전한 방향으로 OT가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군사문화를 연상하게 하는 OT문화는 개선돼야 한다’, ‘OT에서 자행되는 지나친 행동들이 캠퍼스의 낭만으로 미화돼서는 안 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무알코올OT’, ‘학부모OT' 등 대학들 다양한 시도 = 몇몇 대학들은 OT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원래 취지에 부합하는 OT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총학생회 등 학생들의 자발적인 동참도 눈에 띈다. ‘무알코올 OT’ 등을 통해 문제의 소지를 줄이기도 하며, 신입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몇몇 대학들은 지나친 음주문화가 왜곡된 OT문화의 출발점이라고 판단, 무알코올OT를 실시하고 있다. 영동대와 호남대는 지난 2008년부터 무알코올OT를 실시하고 있다. 술 반입 자체가 금지되며, 담당 교수와 조교도 동행한다. 정창민 영동대 대외협력팀장은 “OT에서 벌어지는 지나친 술문화를 바로 잡고 깨끗한 학교 이미지 구축을 위해 무알코올OT를 실시하고 있다”며 “올바른 OT문화 정착에 대한 대학의 의지가 반영돼있다”고 밝혔다. 호남대 관계자도 “’맑은 정신’으로 내실 있는 OT를 위해 무알콜OT를 시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음주를 하게 되면 실수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신대는 지난 2009년 학내외 다양한 논의를 거쳐, 지난해부터 무알코올OT를 시행 중이다. 또한 한신대 종교문화학과는 종교화합을 주제로 인근지역 사찰인 용주사에서 OT를 실시한다. 최근 봉은사 땅밟기 등 종교 관련 갈등상황을 맞아 타 종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신입생들은 불교예절, 발우공양, 타조체험, 새벽예불, 아침공양 등의 프로그램과 종교화합을 위한 토론회에 참여, 타 종교에 대한 견문을 넓히게 된다.

▶서울여대에서 올해 처음 시행하는 신입생 학부모 OT 모습
신입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OT도 있다. 서울여대는 신입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OT 프로그램을 올해 처음 실시한다. 학부모들은 학과 교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녀들이 대학생활 적응과 진로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지연 서울여대 대외협력팀장은 “우리 대학이 신입생들을 잘 교육하겠다는 신뢰감을 주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학교 이미지나 발전 방향에 부합하는 OT도 있다. 서울신학대는 ‘나눔’이라는 컨셉으로 OT를 진행했다. 지난해는 OT기간 모금행사를 해서 굿네이버스에 기부했으며, 올해는 가수 ‘션’을 초청해서 신입생들이 진정한 기부와 나눔을 배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입생들은 “가수 ‘션’이 평소에도 부인인 정혜영씨와 같이 선행을 실천한다”며 “진정한 나눔과 실천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고 말했다.
성신여대는 ‘문화’를 주제로 지난 1일,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를 관람했다. 황길성 성신여대 홍보팀장은 “성신여대는 문화 분야를 특성화하고 있으며, 신입생들의 입학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기획했다”며 “이 작품은 본교 융합문화예술대학장인 송승환 교수가 기획해, 더욱 뜻 깊다”고 했다.
전남대는 ‘캠퍼스 탐구생활’ 프로그램을 지난 14일부터 운영 중이다. 신입생들은 기초교육원, 학생지원과, 국제협력본부, 취업지원과 등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부서를 직접 방문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남대 입학처 관계자는 “OT는 대학이 신입생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기존 형식적인 OT보다는 실질적인 프로그램 마련에 중점을 뒀다. 신입생들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캠퍼스 탐구생활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 차원에서의 움직임도 보인다. 동신대 총학생회는 올바른 OT문화를 위해 먼저 자발적인 자정노력을 한다는 방침이다.
경기지역 A대학 관계자는 “매년 사건사고가 우려돼, OT장소에 구급인력들이 대기할 정도”라며 “신입생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실질적 도움이 되는 OT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게 매우 절실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