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한 수도권 대학의 게시판에 ‘총장님께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한 학생의 글이 올랐다. 그는 “방학 내내 막노동을 해 등록금을 벌었는데, 올해 등록금이 15만 원가량 올랐다”며 “이틀 더 막노동 일을 하면 그 돈을 벌 수 있지만, 그 이틀은 이제 좀 쉬고 싶다”고 밝혀 많은 학생들이 공감했다.
등록금 때문에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등 등록금 문제가 대학을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월급을 쪼개 제자 사랑을 실천하는 교수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서원대 재직 교수 중 절반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형설교수장학회는 1997년 IMF 금융위기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많은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교수들의 마음에서 비롯됐다.
형설교수장학회의 교수들은 월급에서 매달 1~15만 원을 갹출해 ‘제자들의 학업중단을 막고 용기를 북돋워 장차 우리 사회의 건강한 동량이 되게 하자’는 뜻에 의견을 모았다. 덕분에 현재까지 서원학원 산하 228명의 학생들이 1억8960만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인하대 아태물류학부의 ‘APSL 한마음 장학금’ 역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제자들을 위해 스승이 만든 장학금이다. 인하대 특성화 학부로 2004년 처음 신입생을 받은 아태물류학부는 정부와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학부의 교수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학업에 집중하지 못한,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에 집중했다.
이상윤 아태물류학부장은 “물류분야 특성화 학부를 만들면서 한 학년을 가지고 시작했기에 각별한 애정으로 사제 관계가 밀착돼 있었다. 덕분에 학생들이 처한 개인적인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며 한마음 장학금이 생겨난 계기를 밝혔다.
이러한 스승들의 제자 사랑은 아래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 이화여대 간호과학대에는 ‘아름다운 은퇴를 위한 모임(이하 아은모)’이라는 교수 6명으로 구성된 장학금 기부자 모임이 있다. 2001년 당시, 간호대 재직 중인 50세 이상의 교수들은 “65세 정년까지 일할 수 있게 해준 제자들을 위해 무언가 남기자”는 뜻을 가지고 아은모를 결성했다.
아은모 교수들의 사랑은 그들의 스승과 닮았다. 이화여대에서 36년간 재직했던 하영수 명예교수는 퇴임 후 “힘든 환경에도 학업에 정진하는 간호과학과 제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12년간 모아온 돈을 이화여대에 맡겼다. 아은모 교수들은 모두 하 교수의 제자들이다.
건국대 송하장학금은 3대째 스승에서 제자로 그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송하(松廈)는 고(故) 이일구 교수의 호를 따서 붙인 것으로, 이호준 명예교수가 스승인 이일구 교수로부터 받은 돈과 자신이 모은 돈을 합친 8000만 원을 기부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이호준 교수는 기부하고 남은 돈을 다시 제자인 이재석 교수에게 넘겼다. 이재석 교수는 스승의 뜻을 이어, 받은 돈을 후학들을 위해 쓸 요량으로 불려 가고 있다.
교수들이 십시일반 모은 장학금을 받은 서원대 홍OO 씨(역사교육 2)는 “교수님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전공서적도 사고 답사 비용도 낼 수 있었다”며 “바쁘신 와중에도 학생들을 생각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꼭 선생님이 되서 스승의 마음과 자세를 좇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