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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새끼’ 정체성 흔들리는 예술대
건보DB 연계 취업률 산정 … “전체 평균 낮춘다” 눈총
취업 알선 나서기까지 … “분야 특수성 반영하라” 주장
지난해부터 교과부가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이하 건보DB)를 기초로 취업률을 산정, 각종 대학 평가에 반영함에 따라 학내에서 예술대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취업률 깎아 먹는 예술대’라는 눈총에 예술인 양성이라는 정체성과 취업률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예술대가 많다. 예술대 교수들은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사회 인식 개선, 분야의 특수성을 반영한 취업률 산정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미운오리새끼’ 예술대 =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그동안 건보DB와 연계한 취업률 산정에 가장 큰 불만을 나타내 왔던 건 예술대·신학대다.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종교계·예술계로 진출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이 경우 건보DB와 연계한 조사에서 미취업자로 간주된다. 사실상 취업을 했더라도 취업률 산정엔 포함되지 않는 졸업생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종합대학 내 단과대로서의 예술대·신학대의 불만은 더욱 극심하다. 건보DB를 바탕으로 한 탓에 취업자 수가 현저히 낮게 집계되는 데다, 대학의 평균 취업률을 낮춘다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눈총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교과부가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선정 시 신학과 등 ‘종교의식 집행 관련 학과’의 취업률은 제외키로 결정하면서, 예술대를 향한 시선이 더욱 따가워졌다.

모 대학 미술전공 교수는 “신학대는 기독교 기반 위에 세워진 미션스쿨에만 설치돼 있다. 학교의 기본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에 똑같이 취업률이 낮아도 예술대만큼 죄인 취급을 받지는 않는다”며 “교과부가 신학대에만 취업률에 대한 면죄부를 주면서 예술대가 더욱 어려워졌다. ‘미운오리새끼’와 다를 게 없다”고 토로했다.

또 이의원 영남대 음악대학장은 “현재의 시스템 하에선 예술대가 없는 대학이 있는 곳보다 각종 평가에서 유리하다”며 “대학 측으로선 평균 취업률을 하향시키는 예술대에게 눈총을 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낮은 취업률로 학내에서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는 곳도 있다. 김난희 충남대 예술대학장은 “학내에서 취업률, 연구 역량 등을 종합해 단과대 별로 예산을 차등 배급하고 있다”며 “건보DB를 기초로 했을 경우 예술대는 취업률이 하위권이기 때문에 예산 배분 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위장 취업이라도 시키고 싶다” =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술대 교수들은 예술인 양성과 취업률 사이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학생들에게 건보DB에 취업자로 간주되는 직장으로 취업하라고 권할 수도, 대학의 사정을 마냥 모르는 척 하고 있을 수도 없어 난처하다.

모 대학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예술인을 양성하지 않는 예술대는 존재 가치가 없다. 그런데 대학의 긴박한 사정을 외면할 수도 없는 게 교수들의 입장”이라며 “대학으로부터 취업률에 대한 압박을 받기 시작하면서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위장 취업할 곳 없냐?’고 묻는 게 일상이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김종경 조선대 미술학부 교수는 “대학 본부에서 취업률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며 “학생들 대부분이 졸업 후 학원에 취업해 밥벌이를 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데, 건보DB에는 안 잡힌다. 억울하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직접 취업 알선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영화 전공인 대학생 최성원씨(24·가명)는 “교수님들께서 수업 시간에 직접 취업에 대해 언급하시곤 한다”며 “교수님 소개로 지역 케이블 방송국, 웨딩 업체 등으로 취업한 선배들이 많다”고 밝혔다.

또 직장인 박은기씨(28·가명)는 “문인이 되고 싶어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다 4학년 때 교수님의 권유로 광고 회사에 들어오게 됐다”며 “동기들 중에도 본래 시인, 소설가를 꿈꿨는데 교수님 소개로 일반 회사에 들어간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취업률 산정 방식, 사회 인식 개선 돼야 = 현재 예술대들이 겪고 있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선 예술대만을 위한 별도의 잣대가 필요하다는 게 교수들의 주장이다. 교과부가 취업률 산정 시 예술대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완식 한성대 미디어디자인컨텐츠학부 교수는 “차이와 특성을 반영한 게 진짜 공정한 평가”라며 “예술대 졸업자들 중 대다수가 작가 활동을 한다. 교과부는 이 같은 학생들도 취업률로 산정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동창 한남대 미술대학장은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학생들이 많은 학과는 신학대처럼 취업률 공시에서 제외시켜줘야 한다”고 했고, 이해만 대구대 시각디자인학전공 교수는 “예술대의 특수성을 고려해 기준을 완화시켜 줘야 한다. 예를 들어 건보DB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면 취업으로 인정을 시켜주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도 예술대 교수들과 동일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17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2011년 예술정책 대국민 업무보고’에서 박정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은 “현재와 같은 사회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예술대 학생들은 모두 예비 실업자”라며 예술대 취업률 산정에 별도의 기준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30년 동안 무대에 섰는데 최근 ‘취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신용카드 발급을 거절당했다”며 예술인들이 처한 현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 의식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의원 학장은 “예술이라는 게 경제 효과나 수치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쓸모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제가 좋아질수록 문화 수준도 함께 높아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며 “예술대 졸업생들이 전공을 살려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의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의 교육 정책을 정하는 각종 위원회에 예능계 교수들의 참여가 너무 희박하다”며 “정부는 특수성을 가진 소수 전공 교수들도 교육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줘야 한다. 소수 전공들도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민현희·송아영 기자>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11-02-21 오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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