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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 이색 졸업생, “여기 다 모였네”
학구열로 직장암 이겨낸 63세 만학도, 부부 졸업생 등 다양
군장대학, 故 문광욱 일병에게 명예졸업장 수여


▲왼쪽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진병직(한림성심대학), 박재용(대구과학대학), 박봉기·양은숙 부부(경남도립남해대학), 고 문광욱(군장대학), 김준호(여주대학), 김아영·진은숙 모녀(재능대학)


 

지난 8일부터 전문대학들이 본격적인 졸업시즌에 접어들었다. 전문대학은 다양한 입학전형이 있기 때문에 4년제 대학보다 색다른 졸업생들이 많이 배출된다. 올해 역시 만학도, 부부 졸업생 등 다양한 이색 졸업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배움은 나이도 병마도 못 말려” = 한림성심대학 사회복지과를 졸업하는 진병직씨는 올해 71세다. 함께 공부한 동기들과 비교해 보면 세 곱절을 하고도 10살이 더 많다. 고희를 넘긴 진씨가 대학문을 두드린 것은 2009년. 55년 전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교 진학을 포기했던 진씨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서 고교과정을 마치고 한림성심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22일 마침내 꿈에 그리던 학사모를 쓰게 된다.

진씨는 “뒤늦게 한 공부라 최선을 다한 만큼 소회가 깊다”며 “대학에서 전공한 사회복지 이론을 바탕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17일 대구과학대학 부동산과를 졸업한 박재용씨는 뜨거운 학구열로 암과 고령의 나이를 모두 이겨낸 사례. 박씨는 2006년 직장암 판정을 받은 후 가난 때문에 접었던 학업을 다시 시작했다.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암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서 고교과정을 마친 후 평소 관심 있던 부동산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 특히 직장암 수술로 인해 인공항문을 옆구리에 차야 하는 불편함에도 불구, 한 번도 수업을 빼놓지 않아 학생들의 모범이 됐다.

박씨는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암을 물리치고 63세라는 나이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며 “집필과 봉사활동에 남은 삶을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가족 동문” = 11일 남해군민회관에서 열린 경남도립남해대학 학위수여식에서는 부부가 나란히 졸업장을 받아 시선을 모았다. 주인공은 박봉기·양은숙 부부. 부인인 양씨는 결혼 전 우연히 접한 컴퓨터에 흥미를 느껴 독학으로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취득할 만큼 컴퓨터에 몰두했다. 하지만 직장, 결혼, 육아 등의 이유로 체계적으로 컴퓨터를 공부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08년 남편을 설득해 나란히 대학 인터넷정보과에 입학했다.

부부는 학과 수업뿐만 아니라 틈틈이 자격증 시험에도 응시해 사무자동화산업기사, 문서실무사 등 총 42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양씨는 “수업 후 집에서 남편과 공부하니 자연스럽게 학습 분위기가 조성됐고, 두 아들도 책을 많이 읽게 됐다”며 “대학에서 익힌 내용을 가정형편이 어려워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재능대학을 졸업한 진은숙씨는 딸과 1년 선후배 사이다. 진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국내 유명 화장품회사에 입사해 본부장까지 승진했지만, 배움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하고 미용예술과에 입학했다. 2년 내내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진씨는 10일 마침내 30년간 바랐던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더욱이 진씨는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딸 아영씨도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진학시켜 함께 학교생활을 했다. 진씨는 “4년제 대학에 편입해 배움을 이어 가려고 한다”며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공부가 재밌는 만큼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머니와 함께한 졸업장 = 10일 여주대학 비즈니스경영과를 졸업한 김준호씨는 하반신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학업을 마쳤다. 언제나 그림자처럼 그를 지원해 주는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2년 내내 나의 손과 발이 되어 준 어머니께 감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세상을 떠난 자식을 대신해 부모가 명예졸업장을 받아 주위를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18일 군장대학에서는 북한의 무력도발로 전사한 고 문광욱 일병을 대신해 아버지 문영조씨가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대학은 “남북이 빨리 갈등을 풀어 문광욱 일병과 같은 죽음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며 “앞으로도 기념식수, 추모비 제작 등 여러 행사를 통해 고인을 계속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명예졸업장을 받기에 앞서 15일 아들이 다니던 신재생에너지계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1000만원을 기탁한 바 있다.
조용석 기자 (chojuri@unn.net) | 입력 : 11-02-18 오후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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