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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백헌의 어원산책]난장판·아사리 판
여러 사람이 어지러이 뒤섞여 마구 떠들어대거나 뒤죽박죽이 된 곳을 ‘난장판’이라고 한다. 과거 왕조시대 사회에서 관리로 등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를 치러야만 했다. 신라 원성왕 때 실시한 ‘독서삼품과’가 그 효시로 조선시대까지 이 제도가 이어져 왔다. 그 시대 양반집 자제들에게 과거는 유일한 출세의 수단이기 때문에 과거를 볼 때가 되면 오로지 급제를 위해 수년 동안 공부를 해온 선비들이 저마다 급제라는 야망을 품고 시험장으로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시험장은 질서 없이 사람들이 들끓고 떠들어대는 선비들로 뒤죽박죽 얽혀 정신없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과거마당을 ‘난장(亂場)’에 빗대어 뒤에 여러 사람들이 함부로 떠들거나 뒤엉켜 뒤죽박죽이 된 곳을 난장판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 난장판에서 파생된 말로 난장패가 있다. 난장패는 남들의 판에 끼어 난장판을 이루는 무리를 가리킨다.

‘아사리’는 질서 없이 어지러운 것이나 또는 그러한 상태를 말한다.

이 아사리 판의 구조를 분석해 보면 ‘앗(奪)+?(어미)+이(者)+판(자리)’으로 되어 있어 ‘앗?이판>아사리판’의 변화를 거친다. 즉 앗을(빼앗을) 사람이 많으니 빼앗을 사람과 빼앗길 사람이 한 데 어울려 무법천지가 된 것을 비유한 말이다.

또 한 편으로는 불가에서 덕이 높은 스님을 ‘아사리’라고 부르는데 이 아사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곧 아사리가 많으면 다양하고 깊은 의견들이 개진되고 토론하는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 자명한 이치이다.<박일환: 우리말 유래사전. p.133>

이러한 모습을 피상적으로 보면 마치도 서로 자신들의 주장만을 앞세우기 때문에 매우 무질서하고 소란스럽게 비칠 수도 있다. 이러한 연유로 무질서한 현장을 뜻하는 말로 잘못 사용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6-11-14 오후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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