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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목말라 공부 시작했어요"
현실에 안주하면 자기발전 없어
대학원에 진학, 좀더 깊은 학문 탐구하고파
“나이 들어 대학에 간다니까 주변에선 정규 과정이 아니라 지도자 과정이라고 생각하더군요. 그 나이에 무슨 대학이냐, 심지어는 돈으로 졸업장 사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었어요. 1년이 지나니까 그런 인식이 바뀌고, 저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 노력했습니다.”

오는 24일 조선대 학위수여식에서 꿈에 그리던 학사모를 쓰는 정순열씨(56·안산종합건설 대표이사).

2002년 3월 경영학부에 입학, 1년 먼저 입학한 막내딸 정보미양과 함께 같은 강의실에서 공부한 그는 일주일이면 나흘을 광주와 생활근거지인 고흥을 왕복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사실 정씨도 공부를 시작하기엔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그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공부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고 한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고객들과 대화 도중 전문용어가 튀어나오면 난처한 때가 많았고,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진학을 결심했을 때 집사람이 격려해줬고, 딸아이가 아빠와 함께 학교 다니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친구들에게 아빠라고 소개하는 것에서 가장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렇지만 늦공부가 생각만큼 만만치는 않았다. 뒤떨어지는 암기력은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노력으로 극복했고,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은 딸에게서 다시 강의를 들었다. 그런 노력 끝에 리포트 작성 요령도 배웠고 컴맹 탈출에도 성공했다.

함께 공부했던 정보미양(경영4)은 "열심히 공부하는 아버지 모습에서 느낀 점도 많았고 수업에 같이 집중했다"면서 "한편으론 아버지 덕에 충실한 대학생활을 하게 돼 나도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정씨는 경상대학 다니는 만학도들을 중심으로 백악회라는 모임을 결성해서 “출석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자”고 서로 격려하는 활동도 했다고 한다.

“필수과목으로 컴퓨터 강의를 들었는데 막막하더군요. 뒤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교수님이 그 나이에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럽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천천히 따라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광주에서 회사가 있는 고흥군 도덕면까지 왕복 4시간, 정씨는 수업하는 시간을 합하면 하루 10시간을 학교에 투자했다. 일주일에 나흘을 광주에서 보내다보니 사업에는 지장이 많았지만 얻은 것이 훨씬 컸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한다.

“대학에 참 잘 왔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았구요. 또 의욕으로만 사업을 해왔는데 이론적으로 체계화된 수업을 들으며 얻은 것도 많아 기쁩니다."

정씨는 졸업 이후엔 조선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정치외교학을 전공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하고픈 말을 묻자 정씨는 "현실에 안주하면 자기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준비하는 자세로 공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방성용 기자 (news@unn.net) | 입력 : 06-02-13 오전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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