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의과대학 전 조교가 폭행과 폭언, 개인 연구비 착복, 부당한 노동력 착취 등을 이유로 대학원 재학 당시 지도교수를 고소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김인혜 서울대 교수의 제자 폭행 사건에 이은 ‘도제식 교육’ 이면의 교수 비리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학 전 조교 A씨는 지도교수였던 B 교수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 배상 청구소송을 23일 제기했다. “대학원생은 지도교수의 하인”이란 말이 나돌 만큼 여러 번 거론된 문제지만, 조교가 교수를 지목해 소송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소장에서 B 교수가 폭행과 폭언, 협박을 일삼았고 권한을 넘어선 사적 업무를 시켰다고 밝혔다. 개인 연구비 착복과 연구 지도 소홀 등도 지적했다. 그는 착복한 연구비와 위자료로 1억 59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소장에 따르면 B 교수는 A씨에게 “군면제 받았으니 내 밑에서 몇 년 있어도 문제될 게 없다”거나 “졸업 논문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말을 자주 했다. 지각을 이유로 뺨을 때리기도 했다고 A씨는 밝혔다.
B 교수는 연구실 운영비 명목으로 A씨의 개인 연구비를 사용하기도 했다. B 교수는 A씨가 받는 월 43만 원의 기초의학자 육성 장학금을 연구실 비품 구입비로 쓰자며 계좌를 만들어 300여만 원을 썼다.
A씨는 번역 작업을 비롯한 사적 심부름 뿐 아니라 B 교수의 친척 등·하교 등 개인 운전기사 노릇도 해야 했다. B 교수는 또 학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유학생 딸을 만나러 간다며 학생들을 방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생활을 수년 동안 보낸 A씨는 우울증에 걸렸고 자살 충동에도 시달렸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학위 취득을 포기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B 교수는 A씨의 학위 논문 등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B 교수는 “도제식 교육을 빙자한 폭력행위였다”는 A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B 교수는 “(A씨는) 조울증을 앓는 등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실험 결과가 나오지 않아 논문을 쓰지 못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폭언·폭행, 사적 심부름, 연구비 착복 등과 관련한 A씨의 주장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