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잘 쓰는 교수’에 편중됐던 대학가 관심이 ‘학생을 잘 가르치는 교수’에게도 옮겨가고 있다. 최근 대학들이 내놓는 인센티브 제도가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천만 원대 고액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대학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그간 저명 학술지 게재 논문에 대한 파격 인센티브로 연구력 제고에 매달려온 대학들이 교육 부문 투자에도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이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 강의 잘하는 교수 기 살리기에 나섰다. 교육 부문 포상 제도를 신설하거나 인센티브 금액을 높인 사례가 눈에 띈다.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이하 ACE사업) 등 정부가 추진해온 ‘교육 강화’ 맥락과 통하는 대목이다. 마침 강의평가가 정착되면서 교육 부문 평가의 잣대가 생긴 것도 이런 흐름을 부채질했다.
■ 천만원대 인센티브 당근책 = 그간 교수들이 교육보다는 연구에 힘써온 것은 ‘표시’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 학기 내내 힘써 강의하는 것보다 논문 한 편을 잘 쓰는 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게 사실이었다. 대학들도 이런 점을 감안해 교육 부문에도 고액 인센티브의 당근책을 도입해 이목을 끈다.
서울대는 5명 내외의 교수에게 ‘교육상’을 수여하며 2000만 원씩의 인센티브를 준다. 1년에 1번 교육상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강의평가 △강의방법 △학생지도 △강의자료 개발 등 항목을 평가해 최종 선정하는 방식이다. 서울대 교무과 김향희 씨는 “교육 쪽 비중을 높이려고 2005년 교육상을 제정했다. ‘학술연구상’과 비슷한 규모로 주어진다”고 말했다.
부경대는 기존 교육·연구 부문 상과 별도로 ‘프리미어상’을 올해 새로 만들었다. 차등 성과급의 일종인 이 상은 교육·연구·봉사 등 분야별로 선정해 최대 2000만 원까지 지급된다. 프리미어상을 수상한 교수 9명 중 ‘베스트 프리미어’는 2000만 원, 나머지는 1300만 원을 보장받는다.
조선대도 1000만 원의 인센티브를 걸고 ‘백악교육상’을 신설했다.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계열 교수 1명씩에게 주어진다. 대부분 대학들과 달리 학술상(500만 원)보다도 상금 규모를 높인 점이 이례적이다. 조선대 설헌영 교무처장은 “교수들의 업적평가와 승진, 정년 보장 등이 연구 쪽에 치중돼 있다. 이런 시스템을 단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교수들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상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 교육 부문 신설·증액 추세 = 연구 능력에 비해 평가가 어려웠던 교육 능력의 측정 기준이 확립된 게 컸다고 대학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대학가에 강의평가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이를 평가 기본 자료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 부문 상을 신설하거나 금액을 올린 케이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동국대는 강의평가 점수를 척도로 활용해 매학기 ‘베스트 티칭 프로페서’를 선정한다. 11개 단과대학과 교양교육원, 영어강의 분야 각 1명씩 뽑아 100만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금 두 돈으로 제작된 상패와 함께 강의평가 점수가 성과급에도 반영되는 ‘플러스 알파’가 있다. 동국대 교무팀 신병수 씨는 “강의평가 전면공개 방침에 따라 결과를 적극 반영했다”며 “2학기 연속 선정되면 200만 원의 상금에 상패, 성과급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전했다.
전북대는 2009년부터 10명의 교수·강사에게 ‘우수수업상’을 주고 있다. 1차 강의평가, 2차 포트폴리오 평가에 따라 최대 300만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전북대 관계자는 “강의평가를 100% 반영하면 인기에만 영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수업 과정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심사위원회에 제출케 해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세종대도 단과대학별 ‘강의평가 우수교수상’을 10~15명 뽑아 200만 원까지 수여한다. 1·2학기 모두 강의하고, 특정 인원 이상이 수강한 강의를 대상으로 하는 등 세부 규정을 정해 강의평가 결과를 보완했다.
서울대의 경우 예산 자체를 확대했다. 2009년부터 기존 1000만 원이었던 ‘교육상’ 인센티브 규모를 2000만 원으로 늘렸다. 교육 분야 비중을 높이고 강의에 보다 동기를 부여한다는 취지다. 전체 교수 중 상위 10%에게 ‘우수강의교원상’을 수여하는 한림대도 총 상금 규모가 1억 원 이상에 달한다. 한림대 송승철 교무처장은 “개별 상금은 3명에게 주는 ‘한림학술상’이 더 크지만 총액은 교원상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전남대는 아예 연구 분야 상은 따로 제정하지 않고 ‘교육우수교수상’만 만들어 최대 200만 원까지 지급한다. 숭실대 역시 강의평가 우수교수에게만 주어지는 ‘교육상’만 있었지만, 올해부터 교육·연구 분야를 통합해 ‘숭실팔로우십교수상’을 신설할 계획이다.
■ 정부사업, 대학평가 영향도 = 배경에는 대학 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가 깔려있다. 학생 취업이 주요 관심사가 되면서 학부교육의 질 제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교육역량강화사업, ACE사업 등 교육 관련 사업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물론 학생 교육을 잘하는 게 기본 목적이지만 ACE사업 선정을 노리는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해 125개 대학이 ACE사업에 지원하지 않았느냐. 유료로 참가하는 ACE포럼에도 70개 이상 대학이 참가하는 등 관심이 많다”며 “교육 분야 인센티브 지급도 이런 방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평가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 역시 한몫 했다. 대학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연구력 제고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언론사 주도 대학평가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대학들이 ‘평가 피로증’을 느끼면서 교육 쪽 비중을 높이게 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인센티브 지급에 앞서 엄격한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눠먹기’식 관행이 남아있는 탓이다. 한 지방 국립대 실무자는 “교수들이 돌아가며 교육 분야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기준이 명확한 연구 분야 인센티브와 대비된다”며 “눈먼 돈이 되지 않으려면 선정 기준을 제대로 세우도록 교수들 스스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봉구·민현희 기자 paper81·mhhph@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