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수들이 지난해 10월 자살한 사범대학 정 모 교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6일 정 교수의 유족이 대학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낸 이후 고려대 교수사회에서 처음 움직임을 보인 것이라 주목된다.
28일 고려대에 따르면 사범대학 교수 17명은 지난 21일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과 대학 본부, 교수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대학이 직접 재조사에 나서 사건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법인 관계자는 “청원서는 정 교수의 자살에 관한 억측이 돌고 있어 사실 관계를 정확히 조사해달라는 것”이라며 “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그게 아니라면 항간의 소문을 잠재워 대학의 명예를 찾아달라는 요구다”라고 말했다.
청원서는 유족이 지난달 말 공개한 유서와 관련 인터넷 사이트 등에 나온 △고려대 양성평등센터 조사의 객관성이 부족했고 △심의 과정 또한 적절치 못했으며 △이에 바탕한 결론 또한 잘못 내려졌다는 ‘설’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서를 제출받은 교수의회도 내용을 검토해 상황에 따라 해명을 촉구할 계획이다. 교수의회 정순영 총무는 “현재 청원위원회가 청원에 관한 사전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내용을 확인해 필요하다면 유족의 정보공개 청구소송과 별도로 대학 측에 정보공개 협조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고려대 한 관계자는 “진실을 밝혀 바로잡을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고, 떠도는 얘기가 사라져야 한다”며 “고인이 억울하다고 했으니 ‘권리’의 문제인 이 내용을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 관계가 아님이 확인되면 뜬소문도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앞서 정 교수는 학과 조교를 성희롱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양성평등센터 조사를 받던 중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맸다. 이후 온라인 등에서 지방대 출신인 정 교수의 왕따설, 학내 교수사회 권력관계 개입설 등 각종 추측이 나왔다.
이에 정 교수의 유족은 뒤늦게 유서를 공개하고, 고려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사건 처리 절차가 공정하지 못했고 고인의 변론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내용이 유서에 담겨있었다. 고려대 측에 관련 기록 열람을 요구했지만, 공개를 거부해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